사회

지역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곡목은 누가 고르나…예술감독의 선택, 기획팀의 조정, 예산의 한계

지역 공공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은 한 사람이 단독으로 정하는 구조에 가깝지 않다.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첫 번째 축은 예술감독이나 상임지휘자의 음악적 구상이고, 두 번째 축은 공연장 운영기관과 사무국의 제작·편성 실무, 세 번째 축은 지방자치단체나 출연기관의 연간 사업계획과 예산이다. 결국 어떤 교향곡을 올릴지의 최종 결과는 예술적 판단과 행정적 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다.

이 구조는 지역 오케스트라가 민간 악단과 다르게 공공기관의 사업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는 데서 분명해진다. 공연 일정, 티켓 가격, 공연장 확보, 객원 지휘자와 협연자 섭외, 리허설 시간, 홍보와 판매까지 모두 정기연주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곡목 선정은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결과지만, 실제로는 예산과 운영 체계가 뒷받침돼야 성립한다.


부산 사례…정기연주회는 예술감독의 색채를 띠되 재단 사업 안에서 움직인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의 공개 자료를 보면 프로그램 결정 구조가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 부산문화회관은 시립교향악단 소개에서 이 악단이 4관 편성 오케스트라로서 정기연주회뿐 아니라 미완성음악회, 예술교육 콘서트, 실내악 시리즈, 찾아가는 예술단 등 여러 유형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기연주회가 전체 사업 중 한 갈래라는 뜻이다.

2024년 4월 열린 제610회 정기연주회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고, 주최는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주관은 부산시립예술단이었다. 같은 공연의 안내문에는 객원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명시됐고, 입장료도 좌석 등급별로 구분돼 있었다. 또 부산시립예술단의 언론자료에는 이 정기연주회와 동일한 프로그램이 같은 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른다고 적혀 있다. 정기연주회의 레퍼토리가 내부 정기 시즌의 흐름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 축제 초청과 악단의 대외 전략까지 반영해 조정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2025년 2월 제617회 정기연주회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공연 페이지에는 주최가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주관이 부산시립예술단으로 적시돼 있고, 공연장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티켓 가격은 R석 3만원부터 A석 1만원까지로 제시돼 있다. 이 무대는 당시 부지휘자 백승현이 지휘를 맡았다. 즉 프로그램이 매번 예술감독 1인의 현장 판단으로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악단 내부 지휘 체계와 일정 운영이 함께 맞물리는 셈이다.

인사 구조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채용 공고에는 직무내용으로 예술감독 보좌, 단원 연습 및 공연 지휘가 적시돼 있다. 프로그램의 음악적 설계가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이뤄지더라도 실제 무대 구현은 부지휘자, 사무국, 공연장 운영 조직을 포함한 분업 구조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예산 역시 별도 변수다. 부산문화회관은 2025년 1월 재단의 연간 사업계획과 같은 달 세입세출예산서를 경영공시에 올렸다. 웹에서 세부 수치까지 모두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정기연주회가 재단의 연간 사업과 예산 문서 안에서 관리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민이 보는 것은 한 번의 공연이지만, 기관 내부에서는 시즌 기획이 연간 사업과 예산 편성의 일부로 다뤄진다는 얘기다.


대전 사례…지휘자의 시즌 구상과 관객 참여형 기획이 함께 간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프로그램 결정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대전시 행사 안내 자료에 따르면 이 악단은 연간 80여 회의 연주를 진행하며 마스터즈 시리즈, 디스커버리 시리즈, 챔버 시리즈, 마티네 콘서트, DPO 클로즈업, 찾아가는 음악회 등으로 시즌을 짠다. 정기연주회에 해당하는 핵심 시리즈가 따로 있지만, 실제 시즌 운영은 여러 기획 라인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2026년 9월 공연으로 안내된 마티네 콘서트 3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정보와 대전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공연은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축으로 한 연속 기획 가운데 하나였고, 주제는 ‘All in minor-모차르트의 낮은 목소리’였다. 프로그램은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교향곡 40번으로 짜였으며, 여자경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해설과 지휘를 맡았다. 특정 작곡가의 기념 연도, 시리즈 전체의 서사, 지휘자의 해설 방식이 한데 묶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사례다.

반면 2024년 시작된 ‘당신의 신청곡을 들려드립니다’는 다른 방향의 기획이었다. 대전시 자료는 이 공연을 관객들의 신청곡으로 꾸미는 연주회라고 설명하면서, 선정된 곡들을 어떤 주제로 엮어낼지 지휘자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여기서는 곡목 후보가 관객에게서 나오지만, 어떤 신청곡을 실제 무대에 올리고 어떤 서사로 엮을지는 다시 지휘자와 기획의 몫이 된다. 공공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이 완전히 위에서 아래로만 정해지는 것도, 반대로 수요 조사만으로 굴러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전 사례에서 예산 구조는 공연 페이지의 표기만으로도 일부 읽힌다. 마티네 콘서트 3의 주최는 대전광역시, 주관은 대전시립교향악단이었고, 전석 1만원으로 책정됐다. 개별 공연의 수입만으로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기 어려운 가격 구조인 만큼, 시즌 전체는 시의 문화예산과 시립예술단 운영 체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곡목 선정은 예술감독이 주도하더라도, 어느 규모의 편성까지 가능한지는 결국 공공 재정이 정한 외곽 안에서 결정된다.


누가 정하나보다 어떻게 정하나가 더 중요하다


두 지역의 자료를 비교하면,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을 실제로 움직이는 주체는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먼저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는 시즌의 방향과 레퍼토리의 성격을 만든다. 다음으로 사무국과 공연장 운영기관은 객원 연주자 섭외, 공연장 대관, 홍보, 티켓 정책, 연습 일정 같은 실행 조건을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출연기관은 연간 사업계획과 예산으로 가능한 편성의 크기와 횟수를 사실상 정한다.

그래서 시민이 궁금해해야 할 질문은 단순히 ‘누가 고르느냐’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직책이 시즌의 예술적 책임을 지는지, 그 선택이 연간 사업계획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관객 확대나 지역 창작 지원 같은 공공 목표가 실제 프로그램에 반영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공개 자료만 놓고 보면 시장이나 지방의회가 개별 곡목을 직접 고른 흔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예술감독의 선택이 공공기관의 사업 계획과 예산, 외부 초청, 관객 전략 속에서 조정되는 구조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도 단순히 인기 작곡가가 많으냐 적으냐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라도 어떤 시리즈 맥락에서 배치됐는지, 창작곡과 동시대 작품이 얼마나 섞였는지, 축제 초청이나 교육 프로그램, 지역 관객 개발 전략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봐야 한다. 레퍼토리의 보수성이나 실험성 역시 예술감독 개인의 취향만이 아니라, 기관의 운영 구조와 공공예산의 사용 방식이 함께 만든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료: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립교향악단 소개(웹페이지);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10회 정기연주회 ‘부산시향과 키릴 카라비츠'(2024); 부산시민회관, 부산시립교향악단 제617회 정기연주회 ‘VALENTEIN'(2025); 부산시민회관, (재)부산문화회관 2025년도 사업계획(2025-01-08); 부산문화회관, 2025년도 세입세출 예산서 게시물(2025-01-15); 대전광역시, 행사안내-대전시립교향악단 소개(웹페이지); 대전광역시, 대전시립교향악단 ‘당신의 신청곡을 들려드립니다'(2024); 대전광역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시립교향악단 마티네 콘서트 3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2026); 대전광역시, 대전시립교향악단 ‘모차르트의 깊은 내면을 만나다'(2026-09-02); (재)부산문화회관 공고 제2022-112호, 2022년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채용 공고(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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