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년 창작자의 첫 공연, 누가 비용을 대나…공공지원·축제·민간재단 구조를 비교해보니

청년 창작자의 첫 공연은 아직 한국 공연예술 현장에서 하나의 제도로 묶여 있지 않다. 사회보험은 예술인의 고용 불안과 산업재해를 보완하는 안전망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았지만, rehearsal room 임차료와 출연료, 무대기술비, 홍보비, 대관료가 한꺼번에 드는 ‘첫 작품의 제작비’를 대신 내주는 장치는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공지원, 공공극장, 축제·마켓, 민간재단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비용과 위험을 나눠 갖고 있었다.

문제는 이 네 경로가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제도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의 제작비를 대고, 어떤 곳은 이미 나온 작품의 재공연이나 유통을 돕는다. 그래서 ‘첫 공연은 누가 감당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단일하지 않다. 첫 무대를 직접 떠받치는 공모가 있는 반면, 무대에 오를 자격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문이 열리는 지원도 적지 않았다.


사회보장은 생겼지만, 첫 제작비를 대신하진 못한다


예술인에게 사회보장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맺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한 예술인 산재보험은 보험사무 대행과 보험료 지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산재보험은 해지 전까지 납부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도 별도로 운영된다.

다만 이 장치들은 창작의 진입비용을 직접 메우는 구조는 아니다. 고용보험은 계약이 있어야 작동하고, 산재보험도 예술활동 중 사고를 보장하는 제도다. 첫 공연을 준비하는 청년 창작자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공연장을 잡고 팀을 꾸리고 무대에 올릴 현금 흐름인데, 현행 사회보험은 그 비용을 선지급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보장과 창작지원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른 문제로 남는 이유다.


첫 무대를 직접 겨냥한 공공지원, 다만 기획·홍보·대관은 창작자 몫


공공지원 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첫 공연’을 겨냥한 사례는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이다. 2025년 2차 공모에서 공연예술 분야는 경기도 내 신규 레퍼토리의 초연 발표를 조건으로 정액 1200만원을 지원했고, 선정자와 단체가 기획·홍보·대관을 자체 추진하도록 했다. ‘처음’의 문턱을 낮추는 대신, 실제 제작 실무와 흥행 위험은 창작자에게 남겨두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김용립의 작품 발표회 ‘한의 탄생’은 2025년 경기예술지원 2차 생애 첫 공연예술 분야 선정작으로 9월 7일 발표됐고, ‘클라라에게, 편지로 듣는 슈만’ 역시 같은 해 10월 18일 같은 사업의 선정작으로 공개됐다. 2024년에는 ‘몸으로 쓰는 시: Body Poem’이 생애 첫 지원 선정작으로 12월 20일 무대에 올랐다. 공공지원이 실제로 첫 발표의 발판이 되기는 하지만, 정액 지원만으로 제작 전 과정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공지원은 ‘없으면 첫 공연이 어려운 돈’이지만, 동시에 ‘있어도 충분하지 않은 돈’이 된다. 연습실 임차, 참여 예술인 사례비, 음향·조명 오퍼레이팅, 촬영 기록, 홍보물 제작, 티켓 플랫폼 수수료를 합치면 소규모 공연도 예산이 빠르게 불어난다. 지원금이 첫 문을 여는 데는 유효하지만, 지속 가능한 제작 구조까지 보장하진 못한다는 뜻이다.


공공극장은 ‘탄생’보다 ‘발표 이후’에 더 강하다


공공극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서울문화재단의 2025년 사업계획을 보면 대학로극장 쿼드는 대학로 공연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창작 초연작 제작·발표와 협업 확대를 내세우고, 2025년에는 창작초연작 ‘베를리너’와 ‘엔드월’을 제작·발표하는 한편 연극·무용·다원 등 5개 내외 작품을 선정해 창작활성화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극장이 단순 대관장이 아니라 제작과 발표를 함께 수행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청년 창작자의 ‘첫 공연’만 놓고 보면 공공극장의 기능은 다소 후행적이다. 쿼드의 2025~2026 기획공모 ‘재연을 부탁해’는 이미 세상에 나왔지만 재공연 기회를 얻지 못한 창작 초연작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공공극장이 첫 작품의 탄생 자체보다는, 한 번 나온 작품을 다시 유통하고 관객에게 연결하는 단계에서 더 강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공공극장은 제작비의 전부를 현금으로 나눠주는 기관이라기보다, 공간과 기술, 제작 시스템을 묶어서 제공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작품이 극장 프로그램으로 편입되면 무대 인프라와 공공성의 이점을 얻지만, 그 문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개발비와 생계비는 여전히 창작자가 견뎌야 한다. 첫 공연의 위험을 가장 먼저 떠안는 쪽이 왜 개인과 소규모 단체가 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축제는 진입장벽을 낮추지만, 제작비를 모두 메우지는 않는다


축제와 마켓은 또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5는 심사나 선정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유참가 제도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는 경력이 짧거나 제도권 선정 이력이 없는 창작자에게 가장 낮은 진입장벽을 제공하는 구조다. ‘실패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축제 운영 원칙은, 완성도보다 시도 자체를 무대에 올릴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첫 발표의 성격과 잘 맞는다.

다만 자유참가가 곧 제작비 지원을 뜻하지는 않는다. 프린지형 축제는 작품을 심사해 거르는 대신 공간 선택과 운영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참가자 스스로 떠안게 하는 경우가 많다. 창작자의 첫 발표를 가능하게 해주는 ‘무대’는 되지만, 생활비와 제작비를 대신 부담하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은 공개된 공모 요강에서 쇼케이스 참여작에 최대 500만원의 사례비, 공연장과 기본 무대기술, 숙박, 홍보, 네트워킹과 일부 후속 유통 지원까지 제시했다. 2025년 행사에는 ‘뮤지컬 안톤 체홉 <청혼>’, 김윤지연구소의 ‘1만원 들고 우리 경매 참여 할 바에 차라리 그 돈으로 햄버거 세트를 사먹겠다’ 같은 작품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 구조 역시 완성 직전 또는 발표 가능한 작품이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축제·마켓은 첫 아이디어를 키우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시장과 연결하는 데 더 가깝다.


민간재단은 시장 진입까지 설계하지만, 장르와 방향은 더 좁다


민간 영역에서는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이 비교 가능한 사례다. 이 사업은 유료 공연화된 작품이나 이미 제작사와 매칭돼 초연을 준비 중인 작품을 제외하고, 창작뮤지컬 개발 단계의 팀을 선발한다. 선정팀에는 창작지원금 1000만원, 전담 프로듀서 매칭, 전문가 컨설팅, 기획·개발 실비, 내부 리딩을 포함한 2회 리딩 제작, 제작사 계약 시 후속지원금과 해외 진출 시 격려금까지 제공한다.

2025년 최종 선정작은 ‘비상’, ‘스타워커스’, ‘아! 경숙씨!’, ‘AH, MEN!’ 4편이었다. 이 가운데 ‘비상’은 1970년대 산업화 시기의 사회적 갈등을, ‘스타워커스’는 하버드 천문대 여성들의 서사를 다룬 작품으로 소개됐다. 공공지원이 ‘첫 발표’에 초점을 둔다면, 스테이지업은 작품 개발에서 제작사 비즈매칭, 본공연 계약까지 이어지는 시장 진입 경로를 더 촘촘히 짠다.

대신 범위는 좁다. 장르는 창작뮤지컬로 한정되고, 최종적으로는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작품이어야 한다. 민간재단의 지원은 밀도가 높지만 보편적 안전망이라기보다 선별형 인큐베이팅에 가깝다. 모든 청년 창작자의 첫 공연을 떠받치는 제도라기보다, 특정 장르에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팀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다.


결국 첫 공연은 한 기관이 아니라, 여러 제도의 빈틈 사이에서 버틴다


비교해보면 역할 분담은 분명하다. 사회보험은 예술노동의 안전망이고, 공공지원은 첫 제작비의 마중물이며, 공공극장은 발표 이후의 제작 인프라와 재유통 통로를 제공하고, 축제·마켓은 관객과 시장 접점을 넓힌다. 민간재단은 일부 장르에서 작품 개발과 시장 진입을 깊게 지원한다. 그러나 이 네 구조가 하나의 연속 경로로 매끈하게 연결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년 창작자의 첫 공연을 가장 먼저 감당하는 쪽은 여전히 개인과 소규모 팀이다. 공공지원은 초기 비용을 대지만 생활과 제작 실무를 모두 보장하지 못하고, 공공극장과 축제는 대체로 작품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뒤에야 힘을 발휘한다. 민간재단은 효과가 크지만 좁고 경쟁적이다. 그래서 현장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만들 수 있느냐는 물음은, 단순히 보험 항목을 늘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첫 공연 이전의 준비노동과 위험을 누가 제도적으로 분담할 것이냐는 문제에 더 가깝다.

자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고용보험·예술인 산재보험 제도안내(2026 확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안내(2025~2026); 경기문화재단, 2025년 경기예술지원 2차 공고문(2025); 경기문화재단, 선정자 검색 및 공연 안내 ‘2025 경기예술지원 2차 –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공연예술)’(2025); 서울문화재단, 2025년 대학로극장 쿼드 운영 사업계획 자료(2025); 대학로극장 쿼드, 2025~2026 쿼드초이스 작품 공모 안내(2025);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25 예술가 참가신청 안내(2025); 부산문화재단, 2026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공식초청작 국내작품 쇼케이스 공모(2026); BPAM, 2025 행사 기록(2025);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지원안내 및 2025 스테이지업 공모 선정 발표(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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