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구정아 전시에서 냄새도 작품이 되는 이유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작품이 되는 방식은 의외로 분명하다. 냄새를 설명문 밖의 부수 효과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재료로 쓰고, 관객이 그 변화를 몸으로 감지하도록 설계할 때다. 리움미술관이 2026년 9월 5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여는 구정아 개인전 ‘구정아: 우스모스’가 바로 그 사례다. 미술관이 공개한 전시 자료는 이번 전시를 자력, 빛, 소리, 냄새가 작품의 형상과 함께 작동하는 자리로 설명한다.

이 전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질문은 단순한 관람 팁이 아니다. 후각예술에서 관객은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냄새 자체를 ‘읽는’ 데만 있지 않다. 냄새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동선 속에서, 빛과 어둠이나 소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나타나고 사라지는지를 살피는 일이 감상의 핵심에 가깝다.


냄새를 조각처럼 두지 않고 공간 전체에 배치할 때


리움미술관의 전시·교육 안내를 종합하면 ‘우스모스’는 로비와 M2 전시장, 벽 뒤와 너머, 고미술품 진열장 사이까지 작품의 범위를 넓힌다. 여기서 냄새는 하나의 물건에 붙는 속성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감지되는 에너지로 취급된다. 같은 자료에서 함께 언급되는 자력이나 발광처럼, 후각도 전시장 안의 방향감각과 거리감을 바꾸는 요소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 관객이 감상하는 것은 “무슨 향이 난다”는 단일한 인상이 아니다. 냄새가 어느 지점에 머물고 어디서는 약해지는지, 빛이 저장됐다가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표면과 어떤 순서로 만나는지, 소리와 정적이 후각의 감지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 미술관이 공개한 설명에서 ‘공간에 머물다 사라지는 향’이 다른 물질적 요소와 나란히 제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으로 남는 장면과 현장에서만 성립하는 장면


구정아 작업은 오래전부터 시각 이미지로만 환원되지 않는 성격을 가져왔다. 리움미술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35점을 묶으며, 후각적 실천의 계보를 1996년 ‘스웨터의 옷장’에서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오도라마 시티’까지 잇는다. 냄새가 최근의 장식적 장치가 아니라 작가 작업의 지속된 방법이라는 뜻이다.

이때 사진은 일부만 기록한다. 붉은 조명으로 채워진 공간, 부유하는 듯한 청동 조각, 야광 표면은 이미지로 남지만 냄새의 밀도와 체류 시간, 관객이 이동하며 감각의 강약을 겪는 과정은 사진 한 장으로 고정되기 어렵다. 후각예술이 기록물보다 현장 조건에 더 크게 의존하는 이유다.


후각예술을 볼 때 필요한 감상법과 보존의 문제


후각을 쓰는 작품을 감상할 때는 향의 정체를 맞히는 방식보다 관계를 읽는 편이 정확하다. 냄새가 어떤 재료와 함께 놓였는지, 작품이 고정된 오브제인지 아니면 퍼지고 사라지는 환경인지, 관객의 동선이 작품을 완성하는 조건인지 구분해야 한다. 같은 냄새라도 관객마다 반응은 다를 수 있으므로, 특정 감정이나 치유 효과를 일반화하는 해석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보존은 더 까다롭다. 회화나 조각처럼 형태를 그대로 남기는 것과 달리, 냄새와 소리, 빛은 전시장 공기와 장비,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느 공간에서 어떤 농도와 간격으로 구현되는지가 달라질 수 있어, 보존은 물건의 유지뿐 아니라 작동 조건의 관리까지 포함한다. 리움미술관이 이번 전시에 맞춰 관객 해석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감각 기반 작업이 설명문 몇 줄로 끝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우스모스’에서 냄새가 작품이 되는 이유는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태로 공간의 질서를 바꾸기 때문이다. 후각예술의 감상은 냄새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그 냄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배치돼 다른 감각과 관계를 맺는지 추적하는 일에 가깝다. 구정아 전시는 그 점을 미술관 전체의 구조 속에서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