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TT, AI 목소리 상담창구 개설…성우의 연기는 누가 지키나
NTT서일본 VOICENCE, 9월 28일 ‘성우·배우·나레이터·기업’ 대상 무료 1차 상담 시작
음색 닮은 목소리, 기존 녹음물, 새로 합성한 대사는 권리와 계약의 쟁점이 서로 다르다
일본배우연합은 ‘사전 동의·개별 계약·플랫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AI 음성 논의가 다시 성우의 연기 문제로 돌아왔다. NTT서일본의 음성 AI 사업 VOICENCE는 2026년 9월 28일 ‘성의 상담창구’를 열고, 성우·배우·나레이터 같은 실연자와 소속사, 권리 보유자, 기업 담당자를 상대로 무료 1차 상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창구는 법원이나 정부의 판정 기구가 아니라, 무단 이용 대응과 계약 검토의 출발점을 안내하는 기업 운영 창구다.
이번 발표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 무엇이 ‘연기’이고 무엇이 ‘이용 허락’인가. 답은 기술의 정밀도보다 이용 단계의 구분에 있다. 특정인의 목소리와 닮은 음색을 만드는 일, 이미 녹음된 실제 연기를 다시 쓰는 일, 그 목소리로 새 대사를 합성해 배포·상업 이용하는 일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동의가 어디까지 있었는지, 학습·합성·공개·수익화가 각각 계약에 들어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NTT가 연 창구는 ‘판정’보다 ‘초기 대응’에 가깝다
NTT서일본이 공개한 안내에 따르면 상담 대상은 실연자와 소속사뿐 아니라 캐릭터와 목소리를 활용하려는 기업까지 포함한다. 접수는 전용 문의 양식으로 받고, 창구는 일반적인 지식과 판단 기준을 1차로 안내한 뒤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를 연결한다. 비용은 무료다.
다만 범위는 분명히 제한돼 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나 정식 법률상담은 이 창구에서 하지 않는다. 상담 내용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가공해 사회적 기준 축적에 활용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분쟁 해결 실적이나 상담 건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목소리’와 ‘연기’는 같은 허락으로 묶이지 않는다
AI 음성 계약에서 가장 자주 섞이는 것은 음색과 실연의 구분이다. 배우가 스튜디오에서 남긴 원래 녹음은 특정 대사와 호흡, 감정 처리가 결합된 실연이다. 반면 AI가 학습한 뒤 새로 만들어내는 음성은 원본 파일을 그대로 재생하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이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고 그 사람의 직업적 가치에 기대어 유통될 수 있다.
그래서 계약은 적어도 네 층위로 나뉘어야 한다. 어떤 음성 데이터를 학습에 쓸 수 있는지, 합성된 결과물을 어떤 매체와 기간에 배포할 수 있는지, 광고·브랜디드 콘텐츠처럼 상업 이용이 가능한지, 그리고 2차 가공과 재판매를 허용하는지다. ‘AI 활용에 동의했다’는 한 줄로는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연자 단체가 요구하는 기준은 사전 동의와 개별 계약
일본배우연합은 올해 공개한 입장에서 성우와 배우의 목소리를 단순 데이터가 아니라 인격, 존엄, 사회적 신용, 직업적 삶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2024년에는 일본배우연합, 일본예능매니지먼트사업자협회, 일본성우사업사협의회가 함께 생성형 AI 음성을 학습·이용할 때 본인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일괄 매입식 계약보다 건별 개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기술 자체의 반대와는 다르다. 일본배우연합은 2026년 7월 법무성 논의를 환영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사전의 구체적 동의, 무단 생성·공개의 책임, 서비스 제공자와 플랫폼의 대응 의무, 삭제와 재게시 방지 같은 실효적 구제가 명확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락된 활용과 무단 이용을 가르는 선을, 산업의 자율규범만이 아니라 기존 법 체계와 플랫폼 운영 책임까지 넓혀 본 셈이다.
기업 상담창구가 생겼다는 사실보다, 계약 언어가 바뀌고 있다는 점
이번 사건의 의미는 NTT가 새 서비스를 하나 더 내놓았다는 데 있지 않다. 일본의 음성 AI 시장이 이제 ‘누구 목소리와 비슷한가’보다 ‘누가 어떤 범위까지 허락했는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성우의 목소리는 캐릭터 산업과 광고, 내레이션, 다국어 유통을 잇는 생산 수단이지만, 동시에 실연자의 이름과 경력, 배역 이미지를 함께 움직이는 노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쟁점은 기술 시연보다 계약 문구에 모일 가능성이 크다. 학습 동의와 결과물 이용 동의를 분리할 것인지, 캐릭터 음성과 배우 본인 음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사망 뒤 이용이나 해외 재유통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 같은 문제들이다. NTT의 상담창구는 그 답을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 다만 적어도 일본 성우 AI 목소리 논의가 이제 ‘가능하냐’가 아니라 ‘누가, 어디까지, 어떤 책임으로 쓰느냐’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