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완화 신호에 K콘텐츠 재진출 시동…영화·게임 빗장 풀릴까
정부가 중국 내 한국 영화 개봉과 게임 판호 발급 확대를 추진한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 관계 개선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콘텐츠 산업의 중국 시장 재진입 여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문화콘텐츠를 핵심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영화와 게임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관광과 연계해 외래객 유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중국 시장이다. 정부는 한중 장관급 회의체를 가동해 한국 영화의 중국 내 개봉과 게임 판호 발급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 한중 경제장관회의, 연내 상무장관회의 등을 통해 구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외교 환경 변화와 맞물린다. 양국은 문화콘텐츠 교류 확대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다만 민감도가 낮은 스포츠나 문화 교류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관건은 한한령이다. 2016년 이후 중국의 비공식 문화 규제는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 영화 개봉과 게임 판호 발급은 일부 재개됐지만, 규모와 속도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실제 한국 영화의 중국 개봉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21년 ‘오! 문희’ 이후 정식 개봉 사례는 거의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중국에서 상영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할리우드 영화로 분류된 경우다.
게임 산업도 상황은 유사하다. 한한령 초기에는 판호 발급이 전면 중단됐고, 2022년 이후 일부 재개됐지만 건수는 제한적이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외교 관계 개선과 별개로 콘텐츠 규제는 별도로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콘텐츠 산업 전반의 해외 진출 기반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해 경제 협력 단계에서부터 콘텐츠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산업 정책과 문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한다. K브랜드 침해가 잦은 국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위조 상품 차단 기술과 정품 인증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콘텐츠 수출 확대와 함께 권리 보호를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산업 육성 대상도 확대됐다. 게임을 중심으로 인디게임 개발 지원과 수출 전략 다변화를 추진하고, 푸드와 뷰티 산업도 함께 묶어 K컬처 확산 전략을 강화한다.
관광 정책도 연계됐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지역 관광권을 육성하고, 비자 발급 완화와 입출국 절차 개선을 추진한다. 콘텐츠와 관광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정책 간 우선순위는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K컬처 300조 원 시장’ 목표는 이번 전략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산업 규모 확대에 대한 정량적 로드맵이 빠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콘텐츠 시장 중 하나지만, 정책 변수에 따라 접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략의 성과는 외교 환경 변화와 중국 내 규제 완화 속도에 달려 있다. 한중 관계 개선이 실제 산업 교류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제한적으로 재개된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