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회 “AI 무단 학습 허용 안 돼”…‘선사용 후보상’ 재검토 요구

한국신문협회가 인공지능(AI) 학습 과정에서 뉴스 저작물을 사전 허가 없이 활용하는 ‘선사용 후보상’ 방식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했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콘텐츠 산업의 수익 기반을 둘러싼 갈등이 정책 단계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신문협회는 5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저작권은 저작물 이용 여부를 권리자가 사전에 결정할 권리”라며 “선사용 후보상은 이러한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AI 기업이 사전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원회가 마련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에는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콘텐츠 업계는 창작물의 무단 활용이 시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뉴스 콘텐츠의 성격에 있다.
2024년 상윤모 성신여대 교수가 발표한 ‘인공지능의 뉴스 콘텐츠 학습과 뉴스 저작권에 대한 고찰’에서는 뉴스가 생산 비용이 투입된 상품이면서 동시에 공공재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정보 확산 기능과 저작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 정책 충돌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AI 학습 구조 역시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같은 연구는 사실 검증과 정제 과정을 거친 뉴스 콘텐츠가 인공지능 학습에 적합한 데이터로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 확보가 필요한 생성형 AI 특성상 뉴스 콘텐츠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신문협회는 특히 보상 체계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어떤 저작물이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후 보상이 과소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콘텐츠 가치 하락과 창작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공정이용 판단의 한계도 지적된다. 상 교수 연구는 인공지능의 데이터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법적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단일 법리로는 AI 학습 문제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이미 갈등이 제도화 단계로 이동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언론사와 AI 기업 간 저작권 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콘텐츠 사용 계약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호주는 디지털 플랫폼과 언론사 간 협상을 의무화하는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도입해 뉴스 사용료 지급을 제도화했다. 상 교수는 해당 법이 저작권이 아닌 공정경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 속에서 언론사와 플랫폼 간 협상력 격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갈등 범위가 유통을 넘어 학습 데이터 영역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결국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지급할 것인지다.
상 교수는 연구에서 “뉴스 콘텐츠는 공공재적 성격과 함께 경제적 보상이 필요한 상품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며 양 측면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문협회 역시 △AI 학습 목적 저작권 면책 철회 △학습 데이터 투명성 확보 △뉴스 콘텐츠 보상 체계 구축 등을 요구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다만 제도 정비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산업과 저작권 간 충돌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