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스태프의 초과근로는 어디에 남나…계약은 생겼지만 기록은 흩어진 공연 제작 현장
공연 제작 현장에서 무대 스태프의 초과근로는 법과 표준계약서 안에서는 분명히 다뤄진다. 문제는 그 시간이 실제 제작 과정에서 어디에, 어떤 형식으로 남는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공연예술 기술지원 표준근로계약서는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적도록 하고, 대기시간과 제작을 위해 필요불가결하게 걸리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한다고 적시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지급 조항도 있다. 초과근로가 제도 바깥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연 제작의 실제 운영 문서들을 들여다보면, 제도는 계약의 존재와 안전, 보험, 정산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먼저 발달해 왔다. 반면 무대 설치, 리허설, 공연, 철수 과정에서 누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했고 그중 어느 시간이 연장근로였는지를 한 장의 공통 양식으로 남기게 하는 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초과근로가 사라지는 지점은 법의 부재라기보다 기록 체계의 부재에 가깝다.
표준계약서가 적어 놓은 것과 현장이 실제로 남기는 것
2022년 8월 일부개정된 공연예술 분야 표준계약서 가운데 기술지원 표준근로계약서는 계약서 본문에 공연명, 공연횟수, 공연일정, 업무, 계약기간, 근로시간, 휴게시간, 임금 지급방식을 기재하도록 두고 있다. 이어 근로시간 조항에서는 주 40시간과 합의에 따른 연장근로 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하면서 대기시간과 제작을 위해 필요불가결하게 걸리는 시간을 포함한다고 명시한다. 추가근로가 발생하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도 뒤따른다.
다만 이 문서는 근로시간을 적도록 요구할 뿐, 공연이 진행되는 며칠 또는 몇 주 동안의 실제 초과근로를 어떤 일지나 전자기록으로 남길지까지는 세세하게 정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임금대장 작성과 임금명세서 교부를 요구하지만, 공연 현장의 초과근로가 분쟁 없이 자동으로 집계되도록 하는 공연계 전용 기록 양식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장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예정 근로시간, 제작진이 공유한 작업일정표, 개별 연락망, 급여 산정표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돌아가고, 초과근로는 그 사이 어딘가에 흩어지기 쉽다.
근로계약, 용역계약, 외주업체 사이에서 더 흐려지는 시간
공연 스태프의 시간이 더 복잡해지는 이유는 지위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는 창작·실연·기술지원을 문화예술용역의 범위에 포함하지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안내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아니라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같은 공연에 참여해도 누군가는 근로계약을 맺고, 누군가는 용역계약을 맺고, 누군가는 장비·설치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구조가 가능한 셈이다.
이 차이는 초과근로의 기록 방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근로계약을 맺은 기술지원 인력은 근로시간, 휴게시간, 추가수당 산정이 계약서와 임금대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기술지원 표준용역계약서는 제작사와 협력사 사이의 용역 제공, 납품, 대금 지급, 안전 의무를 정리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스태프 개인의 초과근로가 개별 시간기록으로 남기보다 업체의 총액 견적, 설치·철수 기한, 결과물 인도 일정 속에 묻힐 가능성이 커진다.
사례 1: 2022년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모가 확인한 것은 보험과 정산이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22년 공고한 ‘K-뮤지컬 로드쇼 쇼케이스’ 자료를 보면, 선정작품 지원 항목에는 공통 기술인력 제공, 제작진·스태프 참여, 쇼케이스 준비비, 사업비 정산이 포함돼 있다. 동시에 공고문은 자부담 집행 정산과 고용보험 가입관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공적 지원 사업이 스태프 참여와 보험, 정산을 명시적으로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개된 공고문 차원에서 확인되는 관리 항목은 주로 사업비와 보험, 절차 준수다. 스태프 개인별 실제 근로시간표나 초과근로 기록 제출이 필수 서류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이는 지원사업이 노동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노동의 시간 자체보다 계약 체결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먼저 확인하는 구조라는 뜻에 가깝다.
사례 2: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일정과 안전을 요구했지만, 시간기록까지 표준화하지는 않았다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이 2022년 공지하고 이후 공개해 온 자치규약은 공연단체에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를 알리고, 공연 참여자 전원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 스태프회의, 안전교육, 작업일정표 공유를 요구한다. 특히 스태프회의 항목에는 충분한 셋업·리허설·철수 시간 확보를 위한 작업일정표 확인, 인력 운영 계획 공유, 추가 대관 발생 여부 논의까지 포함돼 있다. 공연장의 안전과 운영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진전된 문서다.
하지만 이 규약 역시 공개 문서상 초점은 사고 예방과 사전 협의다. 작업일정표는 있어도 실제로 각 스태프가 며칠간 몇 시간씩 일했는지, 예정표를 넘어선 연장근로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를 사후적으로 합산해 남기는 통일 양식까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일정은 보이지만, 그 일정이 임금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는 별도 문서로 넘어가는 구조다.
사례 3: 2026년 문예회관 지침도 계약과 고용보험을 묻지만 시간표는 묻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2026년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 지침도 비슷한 결을 보인다. 이 지침은 출연진 및 스태프와의 계약 체결을 필수로 두고,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 양식 활용을 권장한다. 동시에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 가입, 성과보고, 정산자료 제출, 안전교육 이행 여부 확인도 요구한다.
공공 지원 체계가 스태프 계약과 보험 문제를 더 이상 주변 의제로 두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다만 여기서도 사업 평가와 정산의 중심은 공연 횟수, 보고서, 집행내역, 만족도 조사, 안전교육 증빙이다. 공개된 지침만 놓고 보면 스태프 개인별 초과근로 시간을 집계한 일일 기록표 제출까지 제도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초과근로는 어디에 기록되나
현재의 공연 제작 현장에서 무대 스태프의 초과근로는 한 곳에 모여 기록되기보다 계약서의 예정 근로시간, 작업일정표, 임금대장, 급여명세서, 계좌이체 내역, 메신저 지시, 공연장 출입 기록 같은 여러 문서에 분산돼 남는 경우가 많다. 표준계약서는 초과근로를 지급 대상이라고 적어 두었지만, 그 시간을 누구의 책임으로 어떤 형식으로 확정할 것인지는 공연마다 다시 협의해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공공지원이 늘고 표준계약서가 보급돼도 사각지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지원기관과 공연장이 먼저 확인하는 것은 계약의 존재, 보험 가입, 안전 조치, 정산 절차이고, 초과근로의 실측은 그 다음 단계로 밀리기 쉽다. 결국 공연 제작 계약의 사각지대는 계약서가 없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에 적힌 근로시간이 실제 현장의 연장된 노동과 끝까지 대조되지 않는 방식에서 생긴다. 시민이 예술지원이 왜 서류 중심으로 운영되느냐고 묻는 이유도 여기와 맞닿아 있다. 제도는 서류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지만, 현장의 시간은 아직 서류 한 장으로 포착되지 않는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녹서 2025(2025);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예술 분야 표준계약서(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22-20호, 2022.8.10.);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표준계약서 보급 안내(확인일 2026.10.22);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고용보험 안내(확인일 2026.10.22); 예술경영지원센터, 2022 창작뮤지컬 해외진출 플랫폼 운영 K-뮤지컬 로드쇼 쇼케이스 공고문(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자치규약(2022 공지, 공개본 확인일 2026.10.22);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2026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 사업 지침(2026);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확인일 2026.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