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일본 문화청 국어조사, 손글씨·세로쓰기·방언을 다시 물었다…언어 습관은 어떻게 변하나

2026년 10월 2일 발표된 일본 문화청 ‘2025년도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는 디지털화 이후에도 손글씨를 가치 있는 습관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세로쓰기 접촉 빈도는 손글씨보다 낮고, 방언과 외래어를 둘러싼 태도는 ‘소멸’이나 ‘부활’보다 공존과 선택의 문제에 가깝게 나타났다.

우편조사 응답자 3777명의 의견을 일본 사회 전체와 곧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국가 단위 장기조사가 무엇을 언어적 가치로 묻는지 읽어볼 수 있는 자료다.

일본 문화청이 10월 2일 발표한 2025년도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의 핵심은 디지털 환경이 일상화됐는데도 손글씨와 세로쓰기가 곧장 사라지는 방향으로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글씨는 생활 빈도보다 규범적 가치 평가가 더 높았고, 방언은 표준어의 경쟁자가 아니라 보존과 병용의 대상으로 인식됐다. 외래어는 배척보다 표기 선택의 문제로 다뤄졌다.

이번 조사는 2026년 3월 전국 16세 이상 일본 국적자 6000명을 대상으로 우편 방식으로 실시됐고, 유효 응답은 3777명으로 응답률은 63.0%였다. 문화청은 이 조사를 1995년도부터 매년 실시해 국어정책의 참고자료로 써 왔다. 단순무작위 추출을 가정하면 전체 최대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약 ±1.6%포인트지만, 실제 우편조사에서는 비응답 편향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빈도보다 높게 나온 손글씨의 가치 평가


문화청 결과 개요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문자를 손으로 쓰는 일이 ‘자주 있다’ 또는 ‘가끔 있다’고 답한 비율은 69.6%였다. 반면 ‘문자를 손글씨로 쓰는 습관은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응답은 80.4%, 손편지나 엽서에 손글씨가 있으면 더 좋다는 응답은 82.3%였다. 실제 사용 빈도보다 상징적 가치가 더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이 수치는 디지털 기기가 손글씨를 완전히 대체했다는 진단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키보드와 스마트폰 입력이 기본이 된 뒤에도 손글씨는 개성, 성의, 관계의 신호로 남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것이 곧 손글씨 사용이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문항은 태도를 묻는 조사이지, 장기 시계열의 사용량 통계는 아니다.


세로쓰기는 여전히 넓지만, 접촉 경로는 종이 매체에 치우쳤다


세로쓰기에 대해서는 ‘읽거나 쓸 기회가 자주 있다’ 또는 ‘가끔 있다’가 67.3%였다. 그러나 ‘세로쓰기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응답은 57.8%로 손글씨보다 낮았다. 세로쓰기는 가치 판단보다 매체 환경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뜻에 가깝다.

연령별 차이도 선명했다. 세로쓰기 접촉 경험은 16~19세에서 79.5%였지만 20대에서는 54.8%로 내려갔다. 세로쓰기를 접하는 장면으로는 종이책·사전, 신문, 잡지 같은 인쇄 매체가 앞섰다. 학교 교과서와 종이 매체가 세로쓰기 경험을 지탱하고 있고, 졸업 뒤 디지털 환경으로 이동하면서 접촉 빈도가 줄어드는 구조를 짐작하게 한다. 다만 연령대별 세부 표본 수와 오차 범위를 함께 봐야 하므로, 이를 세대의 본질적 성향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방언은 ‘교정’보다 병용·보존의 대상으로 읽힌다


이번 조사에서 문화청은 공통어와 방언, 그리고 방언 기록·보존에 대한 인식도 함께 물었다. 공개된 결과를 보면 방언을 어떤 형태로든 기록·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방언을 표준어에서 밀려난 낡은 말로만 보지 않고, 지역 문화와 생활사를 담은 언어 자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넓어졌다는 뜻에 가깝다.

이 지점은 문화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문화청은 이미 위기 언어·방언 조사와 아카이브 사업을 병행해 왔는데, 이번 여론조사는 그런 정책이 사회적으로도 일정한 정당성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다만 ‘방언을 아끼는 마음’과 실제 전승은 별개의 문제다. 보존 의식이 높다고 해서 일상 사용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외래어 문항이 보여준 것은 배척보다 표기 선택


외래어 표기 문항도 흥미롭다. 문화청 조사에서 ‘サステナブル’를 택한 응답은 64.5%, ‘サステイナブル’은 28.6%였다. 이는 일본어 화자들이 외래어를 받아들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떤 표기가 더 익숙하고 읽기 쉬운지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외래어 표기는 1991년 내각 고시·훈령 ‘외래어의 표기’와 실제 매체 사용 사이의 간격을 오래 안고 있었는데, 이번 조사 역시 그 간격을 사회적으로 측정하는 기능을 한다.

결국 이번 일본 국어 여론조사는 디지털화가 언어 습관을 일방향으로 밀어붙인다는 서사보다, 서로 다른 문자 관습과 말하기 규범이 병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손글씨는 실용을 넘어 관계의 형식으로, 세로쓰기는 교육과 종이 매체의 관성으로, 방언은 문화적 기록물로, 외래어는 조정 가능한 표기 문제로 남아 있다. 문화청이 무엇을 묻고 무엇을 정책 가치로 삼는지까지 함께 읽을 때, 이 조사는 유행어 목록보다 훨씬 오래 남는 언어 생활의 단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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