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미국 도서관 검열, 책을 빼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PEN America, 9월 1일 공공도서관 보고서 발표

미국 테네시 러더퍼드카운티 사례가 보여준 ‘접근 제한’의 방식

10월 4~10일 읽을 자유 캠페인 앞두고 쟁점은 서가 운영과 카드 권한

미국 공공도서관 검열은 더 이상 책을 서가에서 없애는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책이 도서관 안에 남아 있어도 어느 서가에 놓이는지, 어떤 이용자 카드로 빌릴 수 있는지, 관련 전시와 행사가 유지되는지에 따라 실제 접근권은 달라진다.

이 변화는 PEN America가 2026년 9월 1일 발표한 보고서 ‘Out of Circulation’이 짚은 핵심이기도 하다. 이 보고서는 공공도서관 검열을 단순한 철거가 아니라 재분류, 행사 취소 압력, 운영 통제, 사서 위축까지 포함한 문제로 다뤘다. 학교도서관 금서 집계와 공공도서관 사례를 같은 통계처럼 다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서’보다 넓어진 공공도서관 검열의 범위


PEN America는 공공도서관에서의 검열을 특정 책의 완전한 제거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지역 민원이나 행정 결정, 정치권 압박 때문에 이용자가 책을 덜 쉽게 접하게 되는 경우도 접근 축소로 본다. 즉 서가를 옮겨 사실상 대상 연령을 바꾸거나, 표지 전시와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조치도 독서권에 영향을 준다는 판단이다.

이 관점은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맞닿아 있다. 공공도서관은 연령대별 서비스를 나누지만,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정보에 대한 폭넓은 접근을 보장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보유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접근이 보장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러더퍼드카운티 사례, 철거 대신 재분류로 접근을 줄였다


보고서가 대표 사례로 든 테네시주 러더퍼드카운티 도서관 시스템은 이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도서관 시스템은 기존 수서 정책에서 자료 선택 책임을 전문 직원에게 두고, 이의 제기가 있으면 서면 재검토 요청서와 검토위원회, 이사회 최종 판단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료를 배제하지 않으며, 미성년자 이용 책임은 부모나 보호자에게 있다고 명시해 왔다.

그런데 2026년 9월 도서관 이사회가 낸 설명문은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이사회는 5월 채택한 정책 변경에 따라 ‘영 어덜트’를 18~25세로, ‘틴’을 13~17세로 다시 정의했고, 9월 15일부터 영 어덜트 컬렉션을 성인 컬렉션에 편입한다고 밝혔다. 어린이 카드는 어린이 컬렉션만, 청소년 카드는 어린이·틴 컬렉션만 기본 대출이 가능하며, 더 넓은 접근은 보호자의 별도 선택이 있어야 한다.

책을 없앴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전에 청소년 서가에서 찾을 수 있던 책이 성인 컬렉션으로 이동하고, 카드 권한까지 바뀌면 13~17세 이용자의 접근은 실제로 좁아진다. PEN America가 말한 ‘diminished access’, 즉 축소된 접근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도서관의 설명과 읽을 자유의 기준은 어디서 갈리나


러더퍼드카운티 이사회는 이를 검열이 아니라 연령 기준 정비로 설명한다. 출판계와 도서관 현장에서 쓰는 연령 표기가 일관되지 않으므로, 가장 어린 이용자까지 고려해 서가를 다시 나눴다는 것이다. 부모가 원하면 카드 권한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내세운다.

반대로 읽을 자유를 옹호하는 쪽은 기본 접근권의 출발점이 바뀌었다고 본다. 부모의 추가 허용이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책이 늘어나면, 특히 보호자와 함께 오기 어렵거나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책을 익명성 속에서 찾고 싶은 청소년에게는 도서관의 공적 기능이 약해진다는 문제 제기다. 공공도서관의 전문적 큐레이션보다 정치화된 연령 구분이 앞서기 시작할 때, 서가는 단순한 분류 체계가 아니라 통제 장치가 된다.


10월의 캠페인이 묻는 것은 ‘남아 있느냐’가 아니다


PEN America가 참여하는 올해 미국 금서주간은 10월 4일부터 10일까지 예정돼 있다. 다만 이번 공공도서관 논쟁에서 더 먼저 봐야 할 것은 몇 권이 빠졌는가보다, 서가·카드·행사·인사 결정이 함께 바뀌고 있는가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문학과 정보, 지역 프로그램을 만나는 공간이다. 책이 같은 건물 안에 남아 있어도 접근 경로가 길어지고 설명 책임이 이용자에게 전가된다면, 검열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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