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영상 30조 시대, 창작자 몫도 함께 커질까
문체부, 2030년 방송영상산업 매출 30조원·수출 30억6000만달러 목표
제작사 IP 확보 지원 확대…평균 드라마 제작비 절반까지 자체 조달 기반 추진
크리에이터 표준계약서 신설·방송 표준계약서 개정…수익배분 구조 개선이 관건
정부가 방송영상·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콘텐츠 크리에이터 산업을 2030년까지 매출 3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출액은 30억6000만달러로 확대하고, 연매출 100억원 이상 제작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3.9%에서 27.8%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산업 규모만 놓고 보면 성장 목표는 분명하다. 국내 방송영상산업 매출은 2024년 기준 24조9944억원으로 콘텐츠 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고, 같은 해 수출액은 12억5718만달러로 전년보다 2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계획이 달성되면 방송영상산업의 외형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제작사와 작가, 감독, 스태프,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산업 전체 매출이 30조원으로 늘어날 때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보유하는 지식재산권과 수익배분권도 함께 커질 것인지다.
산업 매출 30조원이 곧 창작자 소득 20% 증가를 뜻하지 않는다
방송영상산업 매출이 2024년 24조9944억원에서 2030년 30조원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제작사와 창작자의 소득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 매출에는 방송사와 제작사, 플랫폼 등 여러 사업자의 매출이 포함되기 때문에 전체 시장이 성장하더라도 그 이익이 어느 단계에 집중되는지에 따라 현장의 체감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OTT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재편되면서 플랫폼이 제작비를 부담하고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 확산됐다. 이 구조는 제작사가 초기 제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약조건에 따라 IP나 후속 활용권을 플랫폼이 상당 부분 확보하면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더라도 제작사의 추가 수익은 제한될 수 있다.
결국 30조원이라는 산업 목표와 창작자 몫을 연결하려면 총매출 증가만이 아니라 계약구조와 IP 보유, 해외 판매수익의 배분방식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문체부가 이번 계획에서 IP를 앞세운 이유
문체부도 제작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지식재산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제7차 계획에는 드라마와 비드라마 포맷 제작을 지원하면서 제작사가 IP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작비 지원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기적으로는 펀드와 융자, 세제지원, 제작비 보조 등을 통해 평균 드라마 제작비의 약 50% 수준까지 제작사가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작사가 자기자본이나 정책금융을 활용해 제작비 부담을 더 많이 감당할 수 있다면 외부 투자자나 플랫폼과 협상할 때 IP를 전부 넘기지 않고 일정한 권리를 보유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누가 제작비를 부담하느냐가 권리배분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제작사가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계약 초기부터 IP나 해외 판매권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로 자금조달 선택지가 많아지면 권리협상에서도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IP를 갖고 있으면 한 작품의 수익원이 달라진다
콘텐츠 IP의 가치는 첫 방송이나 최초 공개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드라마가 성공하면 해외 판권과 리메이크, 포맷 판매, 후속 시즌, 캐릭터와 상품, 공연과 게임 등 여러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
제작사가 IP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런 2차 사업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지만, 계약 단계에서 대부분의 권리를 플랫폼이나 방송사에 넘겼다면 제작사는 최초 제작대가에 의존하게 된다.
같은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도 누가 IP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수익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제작사 경쟁력을 평가할 때 단순히 한 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었는지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IP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그 IP에서 반복적인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지까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 100억원 이상 제작사 비중을 두 배로 늘린다
정부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 제작사가 전체 제작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3.9%에서 2030년 27.8%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규모 있는 제작사를 늘려 글로벌 제작사와 경쟁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는 제작사의 영세성을 완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비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과 인력,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제작사가 늘어나면 대형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해외 파트너와 협상할 여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매출 100억원이라는 기준이 제작사의 실질적인 협상력까지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매출을 올려도 대부분이 외주제작비로 구성돼 있고 자체 IP가 부족하다면 장기적인 수익구조는 취약할 수 있다.
그래서 제작사 수의 증가뿐 아니라 IP 보유율과 영업수익, 해외 직접 판매 비중 등을 함께 확인해야 정책의 효과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가 처음으로 방송영상 중장기계획에 들어왔다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유튜브와 쇼트폼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방송영상산업 진흥정책에 본격적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크리에이터 산업을 새로운 원천 IP가 만들어지는 분야이자 K-콘텐츠를 해외로 확산할 수 있는 전략 영역으로 보고 제작과 유통, 해외진출 등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할 계획이다. 방송영상산업 중장기계획에 크리에이터 진흥방안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중심이었던 기존 산업정책이 개인 창작자와 디지털 플랫폼까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영상 소비가 방송채널에서 OTT와 유튜브, 쇼트폼으로 분산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와 수익모델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표준계약서가 새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크리에이터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표준계약서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는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스태프, 방송작가 등의 계약관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개인 크리에이터와 MCN, 플랫폼, 광고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계약관계를 충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크리에이터 시장에서는 광고수익 배분과 채널 소유권, 영상 저작권, 2차 콘텐츠 활용권, 전속기간과 계약해지 조건 등이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구독자가 많은 채널일수록 하나의 계정과 콘텐츠가 상당한 자산가치를 갖기 때문에 계약이 끝났을 때 누가 채널과 영상,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하는지도 중요하다.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면 최소한 어떤 권리와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생길 수 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폭넓게 채택되는지가 중요하다.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도 다시 손본다
기존 방송 제작환경도 변화한 산업구조에 맞춰 표준계약서를 개정한다. 현재 방송 분야에는 프로그램 제작과 방영권 구매, 제작스태프 근로·하도급·업무위탁, 방송작가 집필 등 여러 유형의 표준계약서가 마련돼 있다.
문제는 OTT와 글로벌 공동제작, IP 사업이 확대되면서 과거 방송사와 독립제작사를 중심으로 설계된 계약구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한 플랫폼에서 끝나지 않고 해외 서비스와 포맷 판매, 후속 시즌, 2차 사업으로 확장될수록 최초 계약에서 IP와 수익배분 구조를 어떻게 정했는지가 훨씬 중요해진다. 표준계약서 개정 역시 단순히 서식을 바꾸는 데 그치기보다 이런 새로운 거래관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OTT 지원도 결국 제작사와의 거래구조가 중요하다
토종 OTT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기존 영상의 화질과 음향 개선, 해외진출을 위한 더빙과 자막 제작을 지원하고 국내 제작사와 해외 방송사·스튜디오의 공동제작도 늘릴 계획이다. 해외 대작의 국내 촬영을 유치하기 위한 제작비 환급 방식의 로케이션 인센티브 확대도 추진한다.
토종 OTT가 성장하면 국내 제작사에는 새로운 유통창구가 생길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몇 곳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콘텐츠 판매 협상에서도 선택지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공정한 거래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종 OTT 역시 자체 수익성이 악화되면 제작비를 줄이거나 계약조건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육성과 제작사 권리보호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제작비 상승은 산업 성장의 또 다른 위험이다
방송영상산업의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 확대뿐 아니라 제작비 상승도 포함돼 있다. 스타 출연료와 인건비, 촬영장비, 후반작업비 등이 오르면서 대형 드라마의 제작비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제작비가 높아지면 작품 한 편이 실패했을 때 제작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도 커진다. 자체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제작사는 결국 대형 플랫폼이나 투자자에게 자금을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IP와 해외 권리를 양도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평균 드라마 제작비의 약 절반까지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도 이런 구조적인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결국 제작비 지원의 성과는 지원액 자체보다 제작사가 확보한 권리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수출 30억6000만달러도 ‘누가 가져가나’를 봐야 한다
정부는 방송영상 콘텐츠 수출액을 2024년 12억5718만달러에서 2030년 30억6000만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수출 규모가 늘면 국내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해외 판매를 글로벌 플랫폼이 직접 담당하고 국내 제작사가 정해진 제작비만 받는 구조라면 수출액 증가가 제작사 수익으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제작사가 해외 판권이나 포맷 권리를 직접 보유한 상태에서 여러 국가에 판매한다면 같은 작품에서도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수출성과를 평가할 때는 전체 수출액뿐 아니라 국내 제작사가 직접 계약한 해외 판매액과 IP 보유형 수출 비중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30조원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구조의 변화
방송영상산업이 30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 중요한 목표다. 매출과 수출이 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제작사가 많아지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경쟁할 수 있는 기반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의 외형이 커졌다고 해서 제작사와 창작자가 자동으로 그 과실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제작사가 IP를 확보할 수 있는 자금조달 구조가 만들어지는지, 크리에이터와 스태프의 계약에서 권리와 수익배분이 명확해지는지, 플랫폼과 제작사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문체부가 이번 계획에서 제작사 IP 지원과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크리에이터 표준계약서 마련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30년의 성적표는 30조원이라는 숫자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 전체 매출이 늘어난 만큼 콘텐츠를 실제로 만든 제작사와 창작자가 IP와 후속 수익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그 변화가 뒤따를 때 방송영상산업의 성장은 단순한 시장 규모 확대를 넘어 제작사와 플랫폼, 창작자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평가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