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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북, 뉴욕서 美 출판사 40곳 만난다…판권 수출 넘어 ‘IP 사업’으로

한국 출판콘텐츠가 미국 뉴욕에서 북미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국내 출판사와 미국의 대형 출판그룹을 직접 연결해 번역 출판권을 수출하고, 출판 지식재산을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일부터 3일까지 미국 뉴욕의 NYC 세미나 앤 콘퍼런스 센터에서 ‘2026 찾아가는 뉴욕도서전’을 개최한다. 국내 출판사 15곳과 미국 출판·판권 관계사 40곳이 일대일 수출 상담을 진행한다.

미국 측에서는 펭귄랜덤하우스와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 등 세계 출판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참여한다. 하셰트 북 그룹 계열의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과 쿼토 그룹, 독립 출판사 및 문학 에이전시도 상담에 나선다.

이번 행사의 관심사는 한국 책의 해외 출간 계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상화와 웹툰화, 그래픽노블 제작 등 2차 저작사업이 주요 상담 의제에 포함됐다. K-북 수출이 완성된 책을 판매하는 단계에서 콘텐츠의 원천 IP를 유통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15개 출판사와 미국 기업 40곳 연결

‘찾아가는 도서전’은 국내 출판사의 해외 판로 개척과 저작권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시작됐다. 정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매년 주요 국가를 선정하고, 국내 출판사와 현지 구매자·출판사·에이전시 사이의 상담을 주선한다.

대형 국제도서전이 다수의 출판사와 독자가 모이는 종합 행사라면 찾아가는 도서전은 기업 간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사전에 국내 도서와 현지 출판사의 관심 분야를 분석하고 상담 상대를 연결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책을 전시하는 방식보다 계약 가능성이 높은 상대와 집중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

뉴욕 행사에는 글로연과 네오북스, 이야기꽃, 인문산책, 다산북스, 미래엔, 자음과모음, 천문창작, 케이크주식회사 등을 포함한 국내 출판사 15곳이 직접 참가한다. 참여 분야는 문학과 아동·청소년, 인문·논픽션, 만화형 소설 등으로 구성됐다.

현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출판사를 위한 위탁 상담도 진행된다. 진흥원이 선정한 국내 도서 101종을 대신 소개하고, 관심을 보인 미국 출판사 및 에이전시와 후속 협상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출판그룹과 산하 브랜드가 다수 참여한다. 펭귄랜덤하우스 계열에서는 알프레드 에이 노프와 크라운, 버클리, 랜덤하우스 칠드런스 북스 등이 상담에 나선다.

하퍼콜린스에서는 아동·청소년 브랜드인 퀼트리 북스가 참여한다. 사이먼앤슈스터 계열의 애시니엄과 아트리아, 사이먼앤슈스터 북스 포 영 리더스도 국내 출판사와 만난다.

글로벌 일러스트 출판그룹인 쿼토 그룹과 독립 출판사 오서스 에쿼티도 참가한다. 문학 에이전시와 판권 전문가도 행사장을 찾는다. 대형 출판그룹부터 분야별 전문 출판사까지 참여 주체가 분산돼 장르별 계약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해 뉴욕에서 750만달러 상담 실적

찾아가는 도서전은 상담 건수와 계약 예상액을 중심으로 사업 성과를 관리한다. 지난해 체코와 폴란드, 대만, 미국 등 5개국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총 1045건의 수출 상담이 진행됐다. 상담 실적은 약 1766만달러로 집계됐다(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5년).

뉴욕 행사의 비중은 컸다. 2025년 찾아가는 뉴욕도서전에서는 252건의 상담이 진행됐으며, 상담 실적은 750만달러를 웃돌았다(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전체 개최국 실적의 상당 부분이 미국 시장에서 나왔다.

상담 실적은 현장에서 논의된 계약 가능 금액을 포함한다. 전액이 실제 매출이나 확정 계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번역 출판은 원고 검토와 조건 협상, 계약 체결, 번역과 편집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출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다만 현지 출판사가 한국 도서를 직접 검토하고 후속 협상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장 진입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개별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접촉하기 어려운 대형 출판그룹과 상담 기회를 확보한다는 점이 정책 지원의 핵심이다.

올해 찾아가는 도서전 대상 국가는 베트남과 태국, 대만, 미국, 이탈리아 등 5개국이다. 동남아시아와 중화권, 북미, 유럽을 연결하는 권역별 전략이 반영됐다. 국가마다 선호 장르와 번역 출판 환경이 다른 만큼 동일 도서를 일괄 공급하기보다 시장별로 수출 목록을 조정해야 한다.

미국은 영어권 판권 거래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다른 시장과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영어판이 출간되면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다른 영어권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영상 제작사와 글로벌 온라인 서점, 에이전시가 집중돼 출판 이후 사업 확장에도 유리하다.

한강 이후 넓어진 한국문학의 통로

한국 책의 해외 진출은 오랫동안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내 출판사나 작가가 해외 출판사와 직접 계약하기보다 문학 에이전트가 작품을 선별하고 번역 원고를 제공해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 활용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문학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전략: 미국 출판시장 진출과 한국문학의 성장 기회’를 주제로 발표한다. 지트워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을 해외 출판시장에 소개한 인물이다.

‘채식주의자’는 데버라 스미스의 영어 번역을 통해 영국에서 출간됐고,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영어권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며 한국문학의 해외 독자층을 확대했다.

두 사례는 좋은 작품의 존재만으로 해외 진출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을 현지 언어로 소개할 번역가와 편집자, 판권을 중개할 에이전트, 출간 위험을 감수할 해외 출판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국문학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주요 문학상 수상과 번역 출판의 축적을 통해 커졌다. 그러나 개별 작가의 성취가 국내 출판산업 전체의 수출 구조로 자동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 편집자가 지속해서 신작을 검토할 수 있는 정보망과 번역 샘플, 표준화된 판권 자료가 필요하다.

이번 뉴욕도서전은 한국문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다른 장르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아동서와 청소년 문학, 인문서, 논픽션, 그림책, 그래픽노블이 함께 소개된다. 특정 작가와 문학상에 집중된 관심을 출판시장 전반으로 넓히려는 구조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보여준 새로운 수출 경로

최근 K-북의 해외 진출에서 주목되는 분야는 웹소설과 웹툰을 기반으로 한 만화형 출판물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독자 반응을 검증한 작품이 종이책과 전자책,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이러한 경로를 대표한다. 추공 작가의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으로 제작됐고, 해외에서 영문 인쇄본과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됐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 북스캔에 따르면 ‘나 혼자만 레벨업’의 현지 인쇄본 10종이 미국 연간 판매 순위 20위 안에 진입했다(서카나 북스캔·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발표). 단일 작품이 여러 권으로 출간되면서 시리즈 전체가 판매 순위에 오른 사례다.

한국 출판콘텐츠의 수출 가능성이 순수문학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독자가 이미 존재하는 웹소설과 웹툰은 현지 출판사가 시장성을 판단하기 쉽다. 온라인 조회 수와 유료 결제, 독자 연령, 해외 플랫폼 반응을 계약 검토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화 판권 거래도 늘고 있다.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편혜영의 ‘홀’, 정유정의 ‘종의 기원’, 김언수의 ‘설계자들’ 등 한국 소설이 해외 영상 제작 대상으로 검토되거나 판권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판 IP는 하나의 원작에서 여러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번역 출판권과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판권을 각각 거래할 수 있다. 캐릭터와 세계관을 활용한 상품 사업도 가능하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인쇄본 판매량만으로 작품 가치를 산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작품의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 시리즈 확장성, 영상화 가능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계약 단계에서 언어권과 매체, 기간, 2차 저작권 범위를 세분화하는 역량도 중요해졌다.

미국 시장 진출, 번역 이후가 더 어렵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시장으로 평가되지만 진입 장벽도 높다. 현지 출판사가 매년 검토하는 원고가 많고, 출간 이후 서점 유통과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번역권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만으로 독자 판매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국 출판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먼저 작품을 설명할 영문 자료가 필요하다. 전체 번역본이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줄거리와 작가 소개, 독자층, 판매 실적, 수상 경력, 영상화 가능성을 담은 판권 제안서를 갖춰야 한다.

번역 샘플의 품질도 계약 성사에 영향을 준다. 한국어 문장의 의미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영어권 편집자가 작품의 문체와 서사적 강점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장르와 대상 독자에 맞는 번역가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지 출간이 결정된 뒤에는 표지와 제목, 편집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 사용한 홍보 문구와 디자인이 미국 독자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출판사가 시장 특성에 맞게 작품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협업해야 한다.

국내 판매량 역시 중요한 자료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도 문화적 맥락이 강하면 설명과 각색이 필요하다. 반대로 국내에서 대중적 판매량이 크지 않았던 작품이 해외 특정 독자층과 만나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아동서와 그림책은 시각적 전달력이 높아 번역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픽노블과 웹툰 원작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를 확보하기 쉽다. 문학은 작품성과 비평, 문학상, 서평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장르마다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참가 도서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작품의 특성에 맞는 출판사와 편집자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서 사전 일대일 매칭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상담을 실제 계약으로 연결해야

정부 지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상담 건수와 상담액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담 이후 계약이 체결됐는지, 번역 출간이 이뤄졌는지, 판매와 2차 저작사업으로 이어졌는지를 장기간 추적해야 한다.

출판 계약은 상담 직후 체결되기도 하지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현지 편집자의 검토와 출판사 내부 회의, 번역비와 선인세 협상, 출간 일정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년도 사업평가만으로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후속 지원 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관심을 보인 해외 출판사에 추가 번역 원고를 제공하고, 판권 조건을 협의하며, 계약서 검토를 지원해야 한다. 출간이 확정된 작품에는 현지 마케팅과 작가 행사, 서평 매체 연계가 뒤따라야 한다.

중소 출판사는 해외 계약 담당자를 별도로 두기 어렵다. 영문 계약서를 검토하고 인세 정산과 권리 기간을 관리하는 업무도 부담이 된다. 공동 판권관리 시스템이나 전문 에이전시 연계가 필요한 분야다.

저작권 계약에서는 수출 금액만큼 권리 범위가 중요하다. 번역 출판권을 넘기면서 영상화권이나 오디오북 권리까지 포괄적으로 제공하면 이후 사업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반대로 권리를 지나치게 세분화하면 해외 출판사의 투자 의지가 낮아질 수 있다.

정부 지원은 협상 당사자를 연결하는 데서 출발하되 출판사가 독자적인 수출 역량을 갖추도록 설계돼야 한다. 영문 판권자료 작성과 국제계약, 해외시장 분석, IP 가치평가 교육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행사에서 활용된 도서 전량은 종료 후 뉴욕한국문화원에 기증된다. 상담용 도서를 문화원에 남겨 현지 독자가 지속해서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일회성 전시물을 독자 접점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문화원 중심의 접근만으로 일반 미국 독자에게 도달하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의 전시와 함께 현지 서점, 도서관, 대학, 북클럽, 온라인 서평 플랫폼과 연결돼야 한다. 계약과 출간, 독자 확산을 하나의 과정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K-북의 다음 경쟁력은 ‘이야기 공급망’

K-콘텐츠의 해외 확산은 영상과 음악에서 출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판은 완성된 상품인 동시에 영화와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의 원천 소재를 공급한다. 제작비가 큰 영상산업보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서사를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출판그룹이 한국 도서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한국문학의 성취와 K-콘텐츠의 인지도가 함께 작용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웹툰을 경험한 해외 독자가 원작과 새로운 이야기로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이 기회를 산업적 성과로 전환하려면 작품 발굴부터 번역, 판권 거래, 현지 출간, 마케팅, 2차 저작화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작가와 출판사, 번역가, 에이전트, 영상 제작사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IP 가치가 중간 단계에서 소실될 수 있다.

출판사는 좋은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역할과 함께 권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사업자가 돼야 한다. 해외 출판사는 어느 시장에서 어떤 독자가 작품을 읽을 수 있는지 판단한다. 영상 제작사는 장면화할 수 있는 서사와 캐릭터를 찾는다.

뉴욕도서전은 이 주체들이 만나는 거래의 출발점이다. 국내 출판사 15곳과 미국 관계사 40곳, 위탁도서 101종이라는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 뒤에 남는 계약과 유통망이다.

지난해 뉴욕에서 이뤄진 252건의 상담과 750만달러 규모의 실적은 시장의 관심을 보여준다. 올해는 관심을 실제 번역 출간과 2차 저작사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상담액보다 계약 전환율과 출간 지속성이 K-북 수출의 실질적 성과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한국 출판산업은 문학상과 개별 흥행작에 의존하던 해외 진출에서 벗어나고 있다. 문학과 그림책, 웹소설, 웹툰, 논픽션을 함께 수출하고 하나의 원작을 여러 콘텐츠로 확장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K-북의 경쟁력은 한국적인 소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작품의 가치를 전달할 번역, 적절한 출판사를 연결하는 판권 네트워크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뉴욕에서 시작된 상담의 성과는 행사장이 문을 닫은 뒤 결정된다. 한국 책이 미국 출판사의 목록에 들어가고 현지 서점과 독자를 만나며, 다시 영상과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될 때 수출사업의 의미가 완성된다. K-북 정책의 다음 과제는 책 한 권의 수출보다 이야기가 계속 이동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자료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K-북 글로벌 수출 지원사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뉴욕도서전 행사 내용, 영문 행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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