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AI 도입 가속화에 따른 세대별 고용 변화, 청년 고용 감소·50대 고용 증가 뚜렷

인공지능 확산이 한국 고용 지형을 세대별로 갈라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청년 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줄어든 청년 일자리가 주로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몰려 있으며, 같은 기간 50대 취업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 기본 코딩, 자료 정리처럼 사회초년생의 입문 업무를 빠르게 대체·보완하면서 채용이 신입보다 경력자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은 조사국이 18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취업자는 28만5000명 감소했다. 이 중 26만8000명, 약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줄었다. 단순한 경기 순환이나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산업별 고용 재편의 신호라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충격은 청년 진입이 활발했던 지식·정보기술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이 기간 정보서비스업 청년 취업자는 31% 이상 감소했고,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을 포함하는 출판업도 약 27% 줄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관리 등에서도 두 자릿수 감소가 관찰됐다. 대학 졸업자가 초급 개발·분석·문서화 업무로 경력을 시작하던 사다리의 첫 디딤돌을 AI가 흡수하는 양상이다.

반면 50대 고용은 같은 기간 약 23만명 증가했으며, 이 중 17만3000명가량이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축적된 판단력과 현장 네트워크를 가진 인력이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 효과’가 강하게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은 앞선 연구에서도 최근 청년 고용 감소의 98.3%가 AI 노출 부문에 집중됐다고 제시한 바 있다.

학력별 지표도 달라졌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대졸 청년층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이전 수년간 거의 없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글쓰기·번역·코딩·자료조사 등 인지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이 고학력 사무·전문직 초입을 먼저 흔든 결과로 읽힌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미국 인구조사국 연구에서는 챗GPT 이후 AI 노출이 높은 산업에서 22~24세 초기 경력자의 채용이 둔화했고, 약 10개 분기 동안 해당 연령대 고용이 12% 감소했다. 대량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축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입구가 좁아지는 만큼 통계에 드러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이 커지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팬데믹 효과를 제외하고 2016~2019년과 2022년 7월 이후를 비교하면, AI 고노출 업종에서 청년층이 취업에서 미취업으로 이동하는 월평균 규모가 3700명에서 4900명으로 약 32% 늘었다. 신규 유입이 어려워지고 기존 청년도 노동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다만 보고서는 청년 고용 위축을 AI 하나로 단정하지 않는다. 경기 둔화, 기업의 경력 선호, 인구 변화, 재택·비대면 확산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쳤고, AI는 이러한 흐름을 가속하는 촉매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정책 과제는 ‘일자리 수’ 방어를 넘어 ‘첫 경력의 설계’로 이동한다. 기업이 신입을 직접 가르치며 AI와 함께 일할 역량을 키우도록 훈련비를 지원하고, 대학 교육도 AI가 만든 결과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 강화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담겼다. 한은의 별도 분석에서는 2024년 국내 AI 인력이 약 5만7000명으로 추정되고, AI 기술 보유자는 평균 임금이 약 6% 높게 나타났다. 수요는 생기지만 초입의 사다리가 사라지면 중장기적으로 숙련 인력 파이프라인이 말라붙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시대에 청년이 첫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을 보고서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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