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헤드라인

국경 넘은 K콘텐츠 도둑질, 인터폴 공조로 끝까지 추적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불법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 시행 성공다짐 행사가 지난 4월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열렸다. (사진=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외에 거점을 둔 K콘텐츠 불법유통 조직을 겨냥해 국제 공조 수사망을 강화한다. 드라마, 영화, 웹툰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만큼 이를 노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와 해적판 유통망도 국경을 넘어 조직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체부는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6 저작권 보호 집행 국제공조회의’를 열고 해외 수사기관, 국제기구, 국내외 콘텐츠 기업과 불법유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네덜란드 등 5개국 수사기관을 비롯해 인터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 법무부, 대전지검, 경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미국영화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자 검거와 국제 공동작전이다. 참석 기관들은 K콘텐츠 소비가 활발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불법유통 사례를 공유하고, 수사 정보 교환과 공조 절차를 보다 촘촘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온라인 불법복제 범죄는 서버와 운영자, 광고 수익 계좌, 이용자 접속 경로가 서로 다른 국가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한 국가의 단독 수사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체부가 인터폴과 해외 법집행기관을 한자리에 모은 것도 이러한 범죄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오전 회의에서는 한국의 저작권 보호 정책과 법 집행 현황, 한국저작권보호원 해외사무소의 활동 성과가 소개됐다.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진행된 한국 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 차단 및 운영자 검거 사례도 공유됐다. 오후에는 웹툰 분야 저작권 침해 대응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웹툰은 모바일 기반 소비가 활발하고 이미지 파일 형태로 빠르게 복제·재배포될 수 있어 불법유통 피해가 큰 분야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K콘텐츠 불법유통 차단을 위해 제도적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불법 사이트를 적발하면 우선 긴급 차단하고, 이후 신속한 심의를 거치는 불법 사이트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가 시행됐다. 문체부는 이 제도를 통해 불법 사이트가 차단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소를 바꾸거나 이용자를 다른 사이트로 유도하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국제 공조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K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 웹툰이 글로벌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합법 시장도 커졌지만, 동시에 불법 스트리밍과 무단 번역, 웹툰 스캔본 유통도 함께 증가했다. 문체부는 2023년에도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국제·범부처·민간 역량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해외 불법 사이트 수사와 민관 협력, 기술적 감시 체계 강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민간 콘텐츠 기업들도 자체 대응을 확대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불법유통 대응 백서를 통해 2024년 상반기 동안 전 세계에서 2억7000만 건의 불법 웹툰·웹소설을 삭제했고, 대형 불법 사이트 7곳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또한 31개 불법 사이트 운영자 90명 이상을 특정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불법 콘텐츠 삭제만으로는 재유통을 막기 어렵고, 운영자 특정과 사이트 폐쇄가 병행돼야 한다는 업계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문체부와 수사기관의 단속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2022년부터 인터폴 및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해외 기반 저작권 범죄 단속을 확대해왔다. 2023~2024년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불법 IPTV 운영자 4명을 검거했고, 2024년에는 국내 최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로 알려진 ‘누누티비’ 운영자 1명을 검거했다. 올해에도 베트남에 거주하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자 검거와 콘텐츠 불법유통 대량 게시자의 국내 송환 성과가 이어졌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저작권 침해는 단순한 무료 시청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흔드는 범죄로 평가된다. 불법 사이트는 권리자에게 정당한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 동시에, 광고와 도박 사이트 연결, 악성코드 유포 등 다른 온라인 범죄와 결합되는 경우도 많다. 창작자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 회수 구조가 흔들리고, 플랫폼과 유통사는 합법 서비스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K콘텐츠 수출이 국가 브랜드와 산업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저작권 보호는 산업정책이자 통상·외교적 과제로 확대되고 있다.

문체부는 앞으로 경찰청, 인터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해외 법집행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상시 공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콘텐츠 기업과의 민관 협력을 확대해 침해 정보 수집, 증거 확보, 운영자 추적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불법 사이트가 도메인을 바꾸거나 서버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회피하는 만큼, 기술적 모니터링과 국제 수사 정보 공유를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재현 문체부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해외 법집행기관과 민간 콘텐츠업계의 협업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불법유통 조직과 운영자를 끝까지 추적해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저작권 침해 범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갈수록 저작권 침해 범죄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번 국제공조회의는 불법유통 대응이 국내 차원의 접속 차단을 넘어 해외 수사, 플랫폼 협력, 민간 기업의 권리 보호 활동까지 결합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정부와 업계가 구축하려는 공조망이 실제 운영자 검거와 수익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K콘텐츠 보호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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