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환자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자리…『ICU, 희망의 기록』 출간

대한중환자의학회, 10여 년간 모은 중환자실 수기 30편 엮어
의료진·환자·가족의 시선으로 생명과 돌봄의 의미 조명

신간 『ICU, 희망의 기록』표지. 제공:도서출판 밀알

중환자실은 흔히 생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곳은 끝을 예감하는 장소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다시 숨을 고르고, 누군가는 곁을 지키며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배운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펴낸 신간 『ICU, 희망의 기록』은 바로 그 경계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생명과 돌봄의 기록이다.

도서출판 밀알은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지난 10여 년간 이어 온 중환자실 수기 공모작을 엮어 에세이집 『ICU, 희망의 기록』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책에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직접 남긴 30편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각각의 글은 중환자실을 둘러싼 두려움과 간절함, 헌신과 회복, 그리고 감사의 감정을 다양한 시선에서 풀어낸다.

이번 책은 중환자실을 단순히 고도의 의료기술이 집약된 치료 공간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 사람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의료진의 돌봄이 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의미로 남는지, 또 환자와 가족의 회복과 감사가 의료진에게 어떤 힘이 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중환자실을 생명 유지의 현장인 동시에 인간의 존엄이 가장 절실하게 확인되는 공간으로 확장해 읽게 한다.

『ICU, 희망의 기록』이 담아낸 장면들은 극적인 기적의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환자의 작은 반응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의료진, 병상 밖에서 긴 시간을 기다리는 가족, 고통 속에서도 삶을 붙들려는 환자의 의지가 차분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관찰과 돌봄, 기다림이 쌓인 끝에 마주하는 결과임을 책은 조용히 전한다.

특히 10여 년간 축적된 수기 공모작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은 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하나의 병원, 한 사람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여러 현장의 목소리가 함께 모였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전문적 경험, 환자의 내밀한 기억, 보호자의 긴장과 감사가 한데 놓이며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책은 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에도 질문을 던진다. 중환자의학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돌보는 필수 의료 영역이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분야다. 『ICU, 희망의 기록』은 전문 용어나 제도적 설명 대신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환자의학이 지닌 가치를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의료가 단순한 처치의 연속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시간을 함께 붙드는 일임을 환기한다.

추천사를 전한 인사들도 책의 울림에 주목했다.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인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중환자실의 기록이 생명을 살리는 이들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은 환자와 가족의 기억과 감사가 다시 의료진을 일으켜 세운다는 점을 짚으며, 이 책이 돌봄의 관계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신증수 연세의대 명예교수는 환자와의 인연이 의료진에게 직업적 소명과 책임을 다시 일깨운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번 출간을 통해 중환자실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이야기를 사회와 나누고자 했다. 중환자실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특정한 환자나 의료진만의 경험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닿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숨, 가족의 손길, 의료진의 존재, 그리고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ICU, 희망의 기록』은 의료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일을 지탱해 온 이유를 되새기게 하는 책이며,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과 손길 속에서 이어지는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기록들은 결국 삶을 향한 가장 깊은 고백으로 읽힌다.

『ICU, 희망의 기록』은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엮고 도서출판 밀알이 펴냈다. 출간일은 2026년 3월 27일이며, 분야는 에세이, 정가는 2만2000원이다.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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