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리예술 허가 구역은 누가 정하나…소음 기준은 법이, 장소 운영은 지자체가 나눈다

거리예술 허가 구역은 한 기관이 일괄 지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서울시와 자치구 자료를 보면, 기본적인 소음 기준은 법령이 정하고 실제 공연 가능한 장소와 신청 절차, 장비 사용 조건, 취소 기준은 각 공간의 관리 주체와 지자체, 산하 문화재단이 따로 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시민이 체감하는 규제는 결국 ‘법+공간 운영규정+민원 대응’이 겹쳐진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이 구조는 거리예술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단순한 이분법과도 다르다. 서울 한강공원처럼 아예 버스킹 지정 장소를 열어두는 곳도 있고, 명동예술극장 야외무대처럼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소음 민원이 발생하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최근에는 종로구처럼 거리공연 지원 조례를 만들고 별도 사업 예산을 편성한 사례도 나왔지만, 그 조례 역시 시간·장소 제한과 질서 유지의 필요를 전제로 한다.


한강공원 사례…허가 구역은 ‘열린 공간’이 아니라 ‘지정 장소’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의 2026년 버스킹 신청 안내를 보면, 한강공원 공연은 누구나 임의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라 공원별 안내센터를 통한 접수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용 행위로 다뤄진다. 신청은 행사일 기준 전월 10일까지 해야 하고, 공원별 담당자가 검토해 승인 여부를 정한다. 주최자는 원칙적으로 한 공원 장소에 월 1회만 신청할 수 있으며, 주요 행사나 공공행사와 일정이 겹치면 이미 승인된 버스킹도 취소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허가 구역의 실체다. 한강공원은 버스킹을 전면 금지하거나 전면 자유화하지 않고, 11개 공원 21개소 같은 지정 장소 체계로 운영한다. 다시 말해 공연자는 도시 전체의 거리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 주체가 열어둔 좌표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공간의 개방 여부는 예술가의 자율보다 공원 운영, 행사 충돌, 안전 관리와 더 강하게 연결돼 있다.

소음 문제도 이 체계 안에서 처리된다. 한강공원 안내문은 스피커를 2개 이내로 제한하고, 확성기·앰프 사용 시 생활소음·진동 규제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공지된 기준은 주간 65데시벨 이하, 야간 60데시벨 이하이다. 소음의 상한선은 법령에서 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스피커 수량 제한이나 행사 충돌에 따른 승인 취소처럼 더 세부적인 운영 규정이 덧붙는다.


명동예술극장 사례…민원은 추상적 불만이 아니라 승인 취소 사유가 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 올라온 2026년 명동예술극장 버스킹 야외무대 운영조건은 허가 구역을 누가 정하는지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공간은 중구가 예약과 사용 조건을 관리하며, 공연자 이름으로 예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업 행위, 정치·종교·집회 행위는 금지되고, 별도 전기시설도 제공하지 않는다.

소음 기준은 여기서 더 구체화된다. 운영조건은 앰프 등 음향장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안내하면서 주변 상가에 70데시벨 기준의 소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실제로 소음 민원이 발생하면 음향 조정이나 사용 중지가 가능하고, 연락 불가나 불편 유발 행위 등으로 민원이 생기면 신청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법정 기준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운영이 아니라, 상권과 보행 환경, 현장 관리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구조다.

이 사례는 거리예술의 허가 구역이 단순히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만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같은 공연이라도 주거지, 상권, 관광 동선, 보행 밀집도에 따라 허용 조건이 달라진다. 즉 구역 지정은 문화 진흥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관리의 문제와 동시에 처리된다.


광진과 종로의 최근 흐름…지원 조례가 생겨도 제한 권한은 남는다


거리예술 정책이 모두 통제 일변도인 것도 아니다. 광진문화재단이 공고한 2024년 ‘나루 버스커’ 모집은 지정 장소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공연할 예술인을 모집하고, 소정의 활동 사례비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연 시간은 30분 이내로 짜였고, 음향 사용은 75데시벨 이하 기준을 따라야 했다. 지원사업이 곧 자유공간을 뜻하지는 않는 셈이다.

종로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가법령정보센터와 종로구의회 자료를 보면 ‘서울특별시 종로구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 조례’가 2025년 시행됐고, 조례에는 구청장의 지원 정책 수립 책무가 담겼다. 조례 제정 과정 자료에는 거리공연 활성화 방향, 재원 확보, 창작 지원, 질서 유지 등을 포함한 시행계획의 근거를 마련했다고 적혀 있다. 동시에 같은 조례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민원 사항을 고려해 공연 시간과 장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어 종로문화재단의 2026년 사업계획에는 ‘어디나 스테이지’와 ‘거리공연 활성화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광화문광장과 수성동계곡, 묘동사거리 젊음의거리 같은 장소를 활용해 종로 곳곳을 무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서든 공연 가능’이 아니라, 축제와 계절, 장소 성격에 맞춰 선별된 공간을 프로젝트형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결국 누가 정하나…법은 바닥선, 지자체는 지도, 민원은 실제 작동 조건


현재 확인되는 구조를 종합하면, 거리예술 허가 구역은 첫째 법령이 정한 생활소음 기준을 바닥선으로 깔고, 둘째 공원·광장·야외무대 같은 개별 공간의 관리 주체가 장소 사용 가능 여부를 정하며, 셋째 자치구나 문화재단이 지원사업 또는 예약제를 통해 운영 세칙을 덧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법이 전국 공통의 기준선을 만들고, 지방정부와 시설 관리자는 그 위에 도시별 지도를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시민이 묻는 ‘누가 정하나’의 답은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이다. 환경부령에 근거한 소음 기준, 지자체의 조례와 사업계획, 시설 관리 부서의 예약 규정, 그리고 현장에서 들어오는 민원이 함께 허가 구역의 실제 범위를 만든다. 청년 세대의 문화가 당사자의 동의 절차 속에서 규율돼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이런 다층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지금 제도에서 청년 이용자와 공연자가 참여하는 과정은 지원사업의 모집과 신청 단계에는 일부 들어와 있지만, 허가 구역 자체를 공동 설계하는 단계까지 제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쟁점은 허가를 없앨지 말지가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누구의 기준으로 소음과 안전, 통행, 상권, 문화표현을 조정할 것인지에 있다. 현재의 제도는 민원을 이유로 예술을 밀어내는 구조와, 민원을 관리하면서도 공연 공간을 제도적으로 열어두는 구조를 동시에 품고 있다. 거리예술 허가 구역은 문화정책의 언어만으로도, 도시관리의 언어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모두의질문Q 시즌1 「녹서 2025」(2025.5.13);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 버스킹 신청 안내(2026.10.22 기준 열람);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 버스킹 장소현황(2026.10.22 기준 열람); 서울특별시 중구·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명동예술극장 버스킹 야외무대 사용조건(2026.10.22 기준 열람); 광진문화재단, 2024 나루 버스커 모집 공고(2024); 서울특별시 종로구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 조례(시행 2025); 종로구의회, 서울특별시 종로구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 조례안 및 본회의 의결 자료(2025); 종로문화재단, 2026 주요업무계획(2025 기준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8 생활소음·진동의 규제기준(2026.10.22 기준 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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