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게임 캐릭터 규제보다 먼저 필요한 것, 연령·내용정보 표기의 표준화

게임 캐릭터를 따로 규제하자는 논의보다 먼저 점검할 대목은 이용자가 무엇을 얼마나 쉽게 알 수 있느냐다. 한국의 게임과 영상물 제도는 이미 연령등급만이 아니라 내용정보를 함께 보여주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 반면 웹툰은 2019년부터 자율규제 기반의 연령표기가 도입됐지만, 어떤 내용을 왜 그 연령으로 봤는지까지 한눈에 드러나는 공통 표준은 게임·영상만큼 단단하지 않다. 규제의 초점이 캐릭터 자체를 단속하는 데 쏠리면 이용자 선택권과 창작 현장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더 큰 문제를 놓치기 쉽다.

이 차이는 제도의 구조에서 먼저 드러난다. 게임은 법과 하위 규정상 등급분류와 게임물 내용정보 표시가 함께 설계돼 있고,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연령등급과 내용정보 픽토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웹툰은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연령등급과 8개 판단 기준을 토대로 플랫폼이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세 영역 모두 청소년 보호를 말하지만, 이용자에게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알려주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얼마나 공통 언어로 작동하는지는 같지 않다.


게임과 영상은 이미 ‘나이+사유’ 체계로 움직인다


게임 분야에서 핵심은 단순히 ‘전체이용가냐 청소년이용불가냐’가 아니다. 현행 제도는 등급 결정과 함께 내용정보를 붙이도록 설계돼 있다. 시행규칙은 게임물 내용정보에 포함될 사항을 따로 두고 있고, 법은 등급과 내용정보 등의 표시사항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를 위반행위로 다룬다. 다시 말해 게임 제도는 원칙적으로 작품의 접근 가능 연령과 그 판단 근거를 함께 전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영상물은 이 구조가 더 대중적으로 보인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같은 연령등급 픽토그램과 함께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7개 내용정보 픽토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가 최근 다시 안내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연령등급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품의 주요 표현을 내용정보로 미리 보여줘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온라인 유통 환경에 맞춘 제도 변화도 이어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자체등급분류제도에 따르면 온라인 비디오물 사업자는 사전 심의를 대신해 스스로 등급을 매길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등급과 내용정보를 표시하고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2026년 6월 기준으로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티빙, 쿠팡플레이, 왓챠 등 다수 사업자가 이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 사전 국가심의가 줄어든 자리에 ‘표기 없는 자유’가 들어선 것이 아니라, 사업자 책임 아래 표기 의무가 따라붙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웹툰은 연령등급을 갖췄지만, 내용정보의 공통 표시는 약하다


웹툰도 완전히 공백인 것은 아니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연구를 거쳐 전체 연령가, 12세, 15세, 18세의 4단계 연령등급이 제안됐고, 2019년 5월부터 협약 플랫폼에서 연재작 연령표기가 시행됐다. 이 기준은 주제, 폭력성, 선정성, 언어, 약물, 사행성, 모방위험, 차별의 8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영상물보다 오히려 판단 항목이 더 세분돼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이용자에게 공개되는 방식이다. 게임과 영상은 대체로 ‘이 작품이 몇 세 이용가인지’와 함께 어떤 요소가 문제였는지 표시 체계가 맞물려 있지만, 웹툰은 플랫폼별 화면에서 이용자가 접하는 정보가 균일하지 않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자가진단표와 민원 검토를 통해 연령조정이나 청소년 접근 금지 권고를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모든 플랫폼에서 같은 형식의 내용정보로 축적·노출되는 구조는 아직 약하다.

이 한계는 민원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는 2021년과 2024년 민원 검토 결과에서 폭력성, 선정성, 모방위험, 차별 표현 때문에 연령등급 수정이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반복해서 밝혔다. 2024년 검토에서는 일부 플랫폼이 위원회 기준보다 더 잘게 쪼갠 8세, 17세 같은 자체 연령표기를 쓰는 경우도 언급됐다. 세분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공통 번역표가 없으면 이용자는 플랫폼마다 다른 언어를 읽어야 하고, 창작자는 어디까지를 어느 등급으로 봐야 하는지 더 불투명한 기준을 상대하게 된다.


창작자에게 더 어려운 것은 규제의 강도보다 규제의 불투명성


시민 질문인 “왜 만화 분야는 산업화될수록 창작자가 더 힘들어지느냐”는 물음도 이 지점과 연결된다. 산업이 커질수록 플랫폼 수는 늘고, 해외 유통과 2차 사업화는 복잡해지며, 청소년 보호와 광고 기준에 대한 민원은 더 자주 들어온다. 그런데 공통 표기 체계가 약하면 최종 부담은 작가와 개별 편집 현장으로 내려온다. 무엇이 위험한지 사회적으로 설명된 기준보다,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 만한 선을 각자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웹툰은 영화처럼 상영 전 단일 심사 창구를 거치지 않고, 게임처럼 법정 표시 체계가 강하게 표준화돼 있지도 않다. 그 사이에서 창작자는 플랫폼 내부 가이드, 광고 집행 기준, 외부 민원, 2차 판권 사업자의 요구를 동시에 맞춰야 한다. 같은 폭력 장면이나 성적 암시라도 어느 플랫폼에서는 15세, 다른 곳에서는 성인 인증 대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산업화가 곧바로 창작자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표기와 해석의 비대칭이다.


정책의 초점은 ‘캐릭터 단속’보다 ‘이용자 정보의 표준화’여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캐릭터 규제 같은 논의가 실제 현장 문제를 정확히 겨누는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캐릭터의 복장, 신체 표현, 설정을 사후적으로 문제 삼는 방식은 판단 근거가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부르기 쉽고, 무엇보다 이용자가 사전에 얻어야 할 정보를 대신하지 못한다. 반대로 연령등급과 내용정보 표기가 명확하면, 이용자는 작품을 피하거나 선택할 수 있고, 제작자는 어떤 요소가 어떤 연령 판단으로 이어지는지 예측할 수 있다.

게임과 영상 제도가 보여주는 공통점은 국가가 모든 표현을 직접 고른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사업자나 유통사가 작품을 내놓을 때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표준화된 언어로 붙이도록 요구한다는 데 있다. 웹툰에서도 필요한 것은 표현 수위를 하나의 미적 기준으로 단속하는 규정보다, 연령등급의 판단 사유를 이용자 화면에서 더 일관되게 보이게 만드는 일에 가깝다.

결국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캐릭터를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어떤 근거로 누구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다. 이 질문에 답하는 표기 체계가 정교해질수록 청소년 보호와 이용자 선택권, 창작자의 예측 가능성은 함께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표기 체계가 허술한 상태에서 규제 항목만 늘어나면, 산업화의 비용은 가장 말단의 창작자에게 먼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25.10.0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현행);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가이드(상세)(2026); 영상물등급위원회, 자체등급분류제도(2026);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웹툰 자율규제 연령등급 기준에 관한 연구 소개 및 연령등급 기준 안내(2018·2026 현재 운영기준); 웹툰자율규제위원회, 2021년 6차·2024년 3차 민원 검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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