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창작준비금 지원을 받았다고 작품을 꼭 내야 하나…의무는 ‘제출’보다 ‘활동 보고’에 가깝다

예술인이 창작준비금 지원을 받은 뒤 반드시 완성작을 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 공고와 안내문에서 바로 확인되는 의무는 ‘완성 작품의 납품’보다 ‘예술활동보고서 제출과 승인’에 가깝다. 사업의 공식 목적도 개별 작품 생산을 직접 주문하는 데 있지 않다. 경제적 이유로 예술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먼저이고, 사후에는 그 돈이 예술활동의 준비와 지속으로 이어졌는지를 보고서로 점검하는 구조다.

다만 이를 곧바로 “아무 결과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을 수는 없다. 재단은 최근 공고에서 사업 공고일 이후의 예술활동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보고서가 최종 승인되지 않으면 다음 해부터 다른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작품 한 편의 완성이나 공연 1회의 개최가 일률적으로 의무인 것은 아니지만, 지원 이후 실제로 어떤 예술활동을 했는지는 증명해야 하는 방식이다.


사업 목적은 ‘완성작 납품’보다 창작 중단 방지


예술인 복지법은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해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이 법에 따라 운영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도 같은 방향을 따른다. 재단은 2026년 사업 소개에서 이 사업을 “예술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창작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예술활동 소득이 낮은 예술인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사업의 초점은 특정 결과물의 납품보다 예술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 실제로 재단은 2024년 연차 성과 자료에서 기존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 명칭을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으로 바꾼 이유를, ‘예술활동’의 ‘준비’ 단계를 지원한다는 본래 목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같은 자료에서 재단은 2024년 일반 예술활동준비금 2만명, 신진예술인 예술활동준비금 3000명 등 총 2만3000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이 겨냥하는 대상도 흔히 말하는 작가 개인만은 아니다. 예술인 복지법과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창작뿐 아니라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예술활동 범주에 포함한다. 시트에 적힌 시민 질문처럼 프리랜서와 예술 서비스 직군의 권리 문제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의 취지가 ‘작품 생산량’ 하나로만 환원되기 어려운 배경이다.


사후 의무는 있다…다만 ‘작품 1편 제출’과는 다르다


사후 의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의무의 형태가 중요하다. 2026년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예술활동보고서 제출 안내를 보면, 교부 완료자는 2026년 3월 20일 공고일 이후의 예술활동 결과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반드시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분야의 활동으로 써야 하고, 보고서 검토 결과가 최종 ‘승인’이어야 사업 참여가 정상 종료된다.

제재도 가볍지 않다. 재단은 2026년 안내에서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보완 요구 뒤에도 최종 승인되지 않으면 다음 해부터 예술활동준비금지원, 예술인파견지원, 예술인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 등 재단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미완료 1회는 5년, 2회는 10년, 3회는 영구 참여 불가라는 기준도 제시했다. 의무의 중심이 ‘작품 제출’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했다는 보고와 그 승인’에 놓여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연도별 문구를 비교하면 이 사업의 관리 방식이 조금씩 바뀐 흔적도 보인다. 2023년 신진예술인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창작씨앗’ 공고에서는 교부받은 모든 예술인이 ‘예술활동(계획)보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2025년과 2026년 안내문은 공고일 이후의 ‘예술활동 결과’를 작성하라고 명시한다. 계획 단계의 확인에서 결과 단계의 확인으로 무게가 이동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완성작 한 건을 일률적으로 납품하게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업에서 핵심은 ‘무엇을 완성했는가’보다 ‘지원 이후 실제 예술활동이 이어졌는가’에 더 가깝다. 장르에 따라 결과는 공연, 집필, 조사, 연습, 개발, 기술 준비, 협업, 발표 준비처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재단이 요구하는 것도 장르를 가로지르는 단일 결과물보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뤄진 예술활동의 결과 보고다.


재단이 성과지표를 다시 만들려는 이유


이 지점은 재단 스스로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2024년 낸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성과목표 분석 및 성과지표 개발 연구’ 제안요청서는 기존 지표만으로는 사업의 본래 목적에 따른 성과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적었다. 문서에는 예술활동의 충실성을 높이고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려는 목적을 현재 지표로 충분히 측정하기 어렵고, 예술인의 특성이 반영된 성과관리체계와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담겼다.

이 문장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창작준비금의 성과를 단순히 ‘지원금 지급 후 몇 편의 작품이 나왔는가’로 재단도 보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술인의 준비 과정은 장르별 편차가 크고, 결과가 공개 발표까지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제각각이다. 특히 기술지원, 기획, 대중문화 제작 스태프 같은 직군은 개인 명의의 단일 작품으로 성과를 잡아내기 더 어렵다. 그래서 성과지표는 작품 수보다 활동 지속성, 준비 과정의 안정성, 이후 발표나 경력 연결 같은 중간 단계를 함께 봐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진다.

재단의 과거 성과 자료도 비슷한 맥락을 보여준다. 2022년 연차 성과 자료에서 재단은 창작준비금이 예술인이 경제적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강조된 것은 당장 몇 편의 작품이 나왔는가보다, 실제 소득이 적은 예술인이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가구원 범위를 축소하는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활동 기반을 지탱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지원사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또렷하다


비슷한 이름의 창작 지원이라고 해서 의무 구조가 모두 같지는 않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년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은 사업 목적부터 ‘지속적인 발표 활동을 독려’하는 데 놓여 있고, 선정자에게는 국내외 작품 제작 및 발표, 그리고 발표 결과물 제출이 요구된다. 이 경우에는 지원금이 보다 직접적으로 발표 행위와 결과물 제출에 연결돼 있다.

이 비교는 창작준비금의 성격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술위원회의 발표 지원형 사업은 작품 제작과 공개가 핵심 성과인 반면,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준비금은 저소득 예술인의 활동 지속을 돕는 복지·기반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후자의 사후 관리도 ‘발표 결과물 납품’보다는 ‘예술활동 보고와 승인’에 중심이 놓인다.

질문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창작준비금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수혜자가 일정 시점까지 작품을 반드시 완성해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원 이후 아무 설명 없이 끝나는 사업도 아니다. 현재 확인되는 공식 구조 안에서 수혜자는 자신의 예술활동 분야에 맞는 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야 하고, 그 보고가 승인돼야 정상 종료로 인정된다. 창작준비금의 성과는 완성작 한 편의 유무만이 아니라, 중단 위기에 놓인 예술활동을 실제로 이어가게 했는지까지 포함해 읽어야 한다.

자료: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예술인 복지법(현행);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준비금지원 사업 안내(2026);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6년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예술활동보고서 제출 안내(2026.8.27.);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5년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예술활동보고서 제출 안내(2025.8.1.);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3년 신진예술인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씨앗』 사업 공고(2023.7.24.);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눈에 보는 2022년 주요 성과(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눈에 보는 2024년 주요 성과(2025);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준비금지원사업 성과목표 분석 및 성과지표 개발 연구 제안요청서(2024.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년 문예진흥기금 정시공모 지원신청 안내-청년예술가도약지원(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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