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 작가비는 누가 정하나…국공립은 기준표, 민간은 협의가 기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은 한 항목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지금 현장에서 쓰이는 기준을 보면, 전시 참여 작가비는 대체로 ‘참여비’와 ‘창작사례비’, 여기에 작품 제작비와 운송·설치비 같은 실비가 더해지는 구조다. 문제는 이 금액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느냐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공립 미술관과 공공보조금 사업에는 비교적 분명한 기준표와 계약 양식이 들어와 있지만, 민간 전시기관 전체를 묶는 단일한 법정 요율은 아직 없다.
그래서 같은 ‘전시 참여’라도 어디서, 어떤 예산으로, 어떤 계약을 맺고 참여하는지에 따라 작가가 받는 돈의 구조가 달라진다. 시민이 묻는 ‘예술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만들 수 없느냐’는 질문도 이 지점과 연결된다. 작가비가 제도화되지 않으면 고용보험 신고, 계약상 권리, 대가 산정의 출발선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국공립 전시는 최소선과 산식이 먼저 들어왔다
공공영역에서 가장 분명한 기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2년 2월 개정 고시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와 ‘미술창작대가 지급기준’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공개한 해설서에 따르면 작가에게 지급되는 전시 대가는 참여비와 창작사례비로 나뉜다. 참여비는 전시에 초대된 참여 자체에 대한 보수이고, 창작사례비는 기획·구상·창작에 투입한 노동의 대가다.
이 기준에서 국공립미술관 전시의 참여비는 최소 50만원으로 제시된다. 창작사례비는 정액이 아니라 시간기준단가, 창작시간, 전시유형, 조정계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개인전인지 단체전인지, 작가 경력이 어느 정도인지, 준비에 투입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즉 국공립 전시에서의 작가비는 관행보다 계약과 산식에 더 가깝게 설계돼 있다.
다만 이 기준도 모든 전시에 자동 적용되는 일률 요금표는 아니다. 해설서 자체가 전시기획자와 전시기관의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고, 제작비와 소유권 귀속, 운송·설치비 같은 세부 항목은 계약에 따라 다시 나뉜다. 공공기관이 기준표를 갖고 있어도 실제 지급 총액은 전시 규모와 예산, 작품 형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사례에선 ‘총액 지원’과 ‘세부 산정’이 함께 보인다
공공영역이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작가비를 지급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가 2024년 공모한 ‘서울조각상’은 입선 작가 10명에게 1인당 2500만원의 작품제작지원금을 지급하되, 공고문에 이 금액이 ‘아티스트피 포함’이라고 명시했다. 이 경우 작가비가 별도 줄로 분리되기보다 제작지원금 총액 안에 포함되는 방식이다.
반면 표준계약서 체계에서는 참여비와 창작사례비를 가능한 한 구분해 적도록 설계돼 있다. 같은 공공영역 안에서도 한쪽은 산식과 세목을 세밀하게 적는 방식이고, 다른 한쪽은 공모 단계에서 총액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인 셈이다. 결국 국공립 전시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단가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작가비를 예산에 반영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은 비교적 선명해졌다.
민간기관은 원래 자율협의가 기본이지만, 공공지원금을 받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민간 미술관과 비영리 전시공간에는 국공립처럼 일괄 적용되는 최소요율이 곧바로 작동하지 않는다. 상업화랑, 대안공간, 비영리 전시기관, 사립미술관은 각각 수익구조와 예산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간 전시에선 작가비가 기관의 운영비, 전시의 판매 가능성, 외부 후원 여부, 참여 작가 수에 따라 개별 협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민간이라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한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사립미술관’ 공모를 보면, 2022년 사업 공고에서 참여 기획자·비평가·작가에 대한 제작비와 작가비 지급, 표준계약서 체결, 예술인 고용보험 관련 비용 반영을 의무화했다. 사례비를 예산 항목에 넣을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공공지원금을 받는 민간기관이라면 애초에 작가비를 빼고는 사업 설계를 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 흐름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6년 공모 공통안내에도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은 공정하게 체결해야 하고, 예술인복지법상 계약 필수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면 그에 따라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적혀 있다. 또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예술인과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피보험자격 신고와 보험료 납부 의무도 안내하고 있다. 민간기관이라도 공공재원을 쓰는 순간, 작가비는 더 이상 임의의 배려 항목이 아니라 정산과 점검의 대상이 된다.
결국 작가비를 정하는 사람은 기관이지만, 기준을 만드는 주체는 따로 있다
현장에서 작가비 액수를 처음 제안하는 쪽은 대개 전시기관이나 기획자다. 예산을 편성하고 전시 규모를 정하는 주체가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제안이 그대로 최종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에서는 문체부 고시와 표준계약서, 민간의 공공지원 사업에서는 예술위 공모지침과 정산 규정이 작동한다. 다시 말해 액수는 기관이 제시하더라도, 그 제안의 범위와 형식은 국가와 공공지원 제도가 사실상 정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빠져 있는 영역은 순수 민간시장이다. 판매 수수료 중심의 화랑 전시, 대관형 전시, 자체 수익만으로 운영되는 민간 전시는 여전히 기관과 작가의 협상력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예술인 복지법은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체결해야 한다고 정하고, 불공정한 계약 강요를 금지하지만, 전시 참여 작가비의 전국 단일 최저액까지 직접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같은 미술계 안에서도 공공재원이 들어간 전시와 그렇지 않은 전시의 격차가 계속 남는다.
이 차이는 사회보장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계약서에 대가 항목이 분명해야 예술인 고용보험 신고와 소득 확인이 가능하고, 그래야 예술노동이 ‘호의’가 아니라 ‘일’로 기록된다. 전시 참여 작가비를 누가 정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예술가의 노동을 누가 노동으로 인정하느냐는 질문과 같다. 지금 한국의 제도는 국공립과 공공지원 사업에서 그 답을 조금씩 문서화하고 있지만, 민간 전시 전반을 포괄하는 보편 기준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자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2 알기 쉬운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가이드북」(2022년 5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표준계약서 보급」 안내(2026년 10월 확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의 집행과 정산 방법」(최종 수정 2026년 10월 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사립미술관」 공모안내(2022); 서울시, 「2024 서울조각상 공모」(2024);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예술인 복지법」,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2026년 10월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