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도서관 대출 한 번에 작가 수입이 붙는 건 아니다…해외 공공대출보상제의 실제 운영 방식

도서관 책이 한 번 대출될 때마다 작가 통장에 곧바로 돈이 들어가는 방식은 해외에서도 일반적이지 않다. 공공대출보상제, 또는 공공대출권으로 불리는 제도는 대체로 정부가 별도 재원을 마련해 1년 단위로 보상금을 나누는 구조에 가깝다. 다만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는지는 나라별로 크게 다르다. 영국은 대출 건수에 가까운 방식, 캐나다는 공공도서관 장서 보유 여부를 중심으로, 덴마크는 장서와 디지털 이용을 결합한 문화지원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차이는 제도의 성격을 보여준다. 공공대출보상제는 도서관 이용자에게 대출료를 물리는 장치가 아니라, 무료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창작자 보상을 어떻게 설계할지를 묻는 제도다. 따라서 “대출 한 번이 곧 인세 한 번”이라는 식의 단순한 계산으로는 실제 운영을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이 논점이 반복해서 제기되는 배경에는 공공도서관 이용 규모가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26년 1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전국 공공도서관 1583개관의 2025년 총대출량은 1억4000만 건이었고, 한국문학 대출량은 약 3400만 건으로 집계됐다. 독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보다, 공공 독서의 규모에 비해 창작자 보상 체계가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가 별도의 정책 질문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유럽 제도는 ‘대출 금지권’보다 ‘보상 설계’로 굳어졌다


유럽연합은 공공대출보상제를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저작권 체계와 연결해 다뤄 왔다. 2006년 유럽연합의 대여권·대출권 지침은 회원국이 공공대출에 대해 예외를 둘 수 있지만, 그 경우 적어도 저자에게는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뒀다. 다만 실제 제도는 나라별로 달라졌다. 어떤 국가는 저작권에 가까운 보상 개념으로, 어떤 국가는 문화지원금 성격으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해외 사례를 비교할 때는 “공공대출보상제를 도입했다”는 한 문장보다 더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재원은 정부 일반예산인지, 보상 대상은 저자만인지 번역가와 삽화가까지 포함하는지, 대출 건수와 장서 보유 수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제도의 효과와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 가장 ‘대출 1건’에 가까운 방식이지만, 지급은 연간 정산이다


영국 공공대출보상제는 1979년 공공대출권법을 근거로 하고, 현재는 영국도서관이 제도를 운영한다. 이 제도는 정부 재원으로 조성한 기금을 바탕으로 공공도서관에서 빌려 간 등록 도서의 대출 실적을 집계해 연 1회 지급한다. 2024·2025 제도연도 기준 대출 1건당 단가는 12.40펜스였고, 최소 지급액은 1파운드, 최대 지급액은 6600파운드였다.

다만 여기서도 이용자 한 번의 대출이 곧바로 창작자 개인의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1년치 데이터를 모아 전체 등록 도서의 대출 총량과 기금 규모를 맞춰 ‘대출당 단가’를 계산한 뒤, 작가·삽화가 등 권리 기여자 사이의 지분율에 따라 나눈다. 공공도서관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자원봉사 운영 도서관 대출은 대상이 아니다.

영국 제도의 최근 변화도 눈에 띈다. 영국도서관은 2023년 10월 제도 변경 이후 표본 기반 집계를 점차 늘렸고, 2025년 7월 1일부터는 영국 전역 공공도서관의 전국 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를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표본 추정치에서 전국 집계로 옮겨가면서, ‘대출량에 비례한 보상’이라는 제도 취지가 예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캐나다: 대출 횟수가 아니라 ‘도서관에 얼마나 깔려 있는가’를 본다


캐나다는 같은 공공대출보상제라도 운영 논리가 다르다. 캐나다 예술위원회 산하 공공대출권 프로그램은 실제 대출 건수를 세지 않고, 선정된 공공도서관 장서 목록에서 책이 얼마나 발견되는지를 기준으로 연간 지급액을 계산한다. 같은 책이 한 도서관에서 여러 번 빌려 나가도 그 횟수는 세지지 않고, 조사 대상 도서관군에 해당 책이 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된다.

2025·2026년 기준 이 프로그램의 최소 지급액은 50캐나다달러, 최대 지급액은 4500캐나다달러였다. 그해 지급 총액은 약 1479만 캐나다달러였고, 1만8661명의 저자가 지급을 받았다. 계산식에는 도서관 표본조사 결과뿐 아니라 공동저자의 지분, 프로그램 등록 후 경과 기간도 반영된다. 등록 5년 이내 도서는 100퍼센트, 6~10년은 80퍼센트, 11~15년은 70퍼센트, 16~25년은 50퍼센트로 조정하는 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베스트셀러가 공공도서관에서 수십 번 더 대출됐다고 해서 반드시 보상이 급증하지 않는다. 반대로 대출 빈도는 높지 않아도 여러 지역 도서관 장서에 널리 편입된 책은 비교적 안정적인 보상 기반을 가질 수 있다. 캐나다 모델이 보상 제도이면서 동시에 공공 장서 다양성, 지역 분포, 장기 보유를 중시하는 이유다.


덴마크: 가장 오래됐고, 디지털까지 포함한 문화지원형으로 넓어졌다


덴마크는 1946년부터 공공대출 보상을 운영해 온 대표 사례다. 현재 제도는 저작권료라기보다 문화지원 성격이 강하다. 덴마크 문화부 설명에 따르면 이 제도는 1991년 보상 체계에서 문화지원 체계로 전환됐고, 작가뿐 아니라 번역가·삽화가·작곡가 등도 대상이 된다.

운영 범위도 넓다. 덴마크 문화청은 2018년 덴마크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자책과 온라인 오디오북에도 공공대출 보상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2026년 책 부문 공공대출 보상 총액은 2억1207만7610덴마크크로네이며, 이 가운데 78.8퍼센트는 실물책과 오디오북, 21.2퍼센트는 전자책과 온라인 오디오북 몫으로 배분된다.

디지털 자료 계산 방식은 특히 단순한 ‘1회 대출 단가’와 거리가 멀다. 덴마크는 전자책과 온라인 오디오북에 대해 보유 가능 상태, 여러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으로의 확산 정도, 실제 이용 정도를 점수화한다. 예컨대 전자책은 대출 가능 지방자치단체 수, 대출이 발생한 지방자치단체 수, 누적 대출 구간에 따라 점수를 받고, 그 합산 점수가 보상 산식의 기초가 된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은 원리로 취급하지 않고, 매체별 이용 구조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결국 쟁점은 ‘얼마를 주느냐’보다 ‘무엇에 대해 주느냐’다


해외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공공대출보상제는 하나의 완성된 표준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영국처럼 실제 대출 실적에 더 가깝게 연동할 수도 있고, 캐나다처럼 장서 보유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으며, 덴마크처럼 문화지원금 성격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이용 지표를 따로 설계할 수도 있다. 같은 제도 이름 아래에서도 정책 목표가 제각각인 셈이다.

그래서 “도서관 대출 한 번에 작가 수입이 늘어나느냐”는 질문의 가장 정확한 답은 이렇다. 해외에서도 대체로 즉시 지급되는 방식은 아니며, 연간 기금과 산식에 따라 보상 규모가 정해진다. 다만 어떤 나라에서는 대출 건수가, 어떤 나라에서는 장서 보유와 디지털 확산이 보상 기준이 된다. 공공 독서를 유지하면서 창작의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독서 진흥 정책과 저작권 정책이 만나는 지점에서 다시 풀어야 할 문제다.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빅데이터로 분석한 2025년 국민 독서 트렌드(2026.1.29.); British Library, Public Lending Right (PLR)(2026년 열람); Public Lending Right Program Canada, Program Overview·How Payments Work·Creator Payments 2025-26(2026년 열람); Slots- og Kulturstyrelsen, Public lending right·Beregning af bibliotekspenge for bøger(2024, 2026년 열람); EUR-Lex, Directive 2006/115/EC on rental right and lending right(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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