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바흐를 옛 악기로 연주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원전연주 뜻을 한마디로 줄이면 ‘작곡가가 살던 시대의 악기와 연주 관습을 참고해 지금 다시 연주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시대악기로 바흐를 연주하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음색이다. 금속현과 현대식 활에 익숙한 귀에는 소리가 가볍고 거칠게 들릴 수 있고, 반대로 성부가 더 잘 갈라져 들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을 ‘옛 연주가 더 진짜’라는 식으로 말하긴 어렵다. 영국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1986년 창단 이후 자신들을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로 설명하면서도, 과거를 완벽히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의 청중에게 설득력 있는 소리를 만든다고 밝힌다. 원전연주는 재현이라기보다 해석의 한 방식이라는 뜻이다.


현과 활이 먼저 바꿔놓는 소리의 결


시대악기에서 핵심은 현과 활이다. 계몽시대 오케스트라가 공개한 악기 설명에 따르면 바로크 바이올린은 보통 양의 창자로 만든 거트현을 쓰고, 활의 구조도 현대 활과 다르다. 이 조합은 음을 길게 밀어붙이기보다 말하듯 끊고 맺는 데 유리하다. 같은 선율이라도 첫 음이 더 또렷하게 튀고, 긴 프레이즈는 덜 두껍게 들린다.

네덜란드 바흐협회가 2019년 녹음해 2021년 공개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 BWV 1041은 이런 차이를 듣기 좋은 사례다. 슌스케 사토가 지휘와 독주를 맡은 이 연주는 현의 마찰감과 성부의 분리가 선명하고, 하프시코드가 리듬의 골격을 또렷하게 받친다. 반면 도이치 그라모폰이 2003년 발매한 힐러리 한의 같은 곡 녹음은 현대 바이올린과 현대 셋업의 장점을 살려 음이 길고 매끈하게 이어진다.


기준음과 편성이 바뀌면 무게중심도 달라진다


시대악기 연주에서는 조율 기준도 자주 달라진다. 다만 모든 시대악기가 하나의 기준음을 쓰는 것은 아니다. 바흐 레퍼토리에서 오늘 널리 쓰이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A=415Hz인데, 네덜란드 바흐협회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바흐 관련 자료에서도 이런 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표준인 A=440Hz 안팎보다 낮아지면 음색은 대체로 부드럽고 어두워진다.

편성의 차이도 크다. 바흐 시대의 협주곡에서는 비브라토를 넓게 지속하기보다 장식처럼 선택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고, 관악기 역시 현대 악기보다 음량이 작거나 음정 조절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전체 합주는 벽처럼 두껍게 쌓이기보다 여러 성부가 서로 맞물리는 실내악적 인상이 강해진다.


악보에 다 적혀 있지 않은 선택이 연주를 가른다


차이는 악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흐의 악보는 오늘의 연주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부 적어두지 않았다. 어디서 숨을 쉬고, 어떤 음에 장식을 더하고, 같은 리듬을 춤곡처럼 흔들지 더 반듯하게 밀지 같은 선택은 당시 이론서와 사본, 악기 특성을 함께 읽어야 나온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사단조 BWV 1001도 그렇다. 힐러리 한이 2018년 데카에서 발표한 녹음과, 슌스케 사토가 2019년 녹음해 네덜란드 바흐협회가 공개한 연주는 같은 작품이지만 호흡의 길이와 화성의 강조점이 다르다. 사토의 연주에 쓰인 악기는 협회가 밝힌 대로 1684년경 코르넬리위스 클레인만 바이올린이다. 여기서 들리는 차이는 단순히 옛 악기냐 현대 악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활쓰기와 장식을 택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원전연주는 복원이 아니라 현재형 해석이다


결국 시대악기 연주는 소리를 바꾸는 물리적 조건과, 그 조건을 읽는 연주자의 판단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녹음 연도, 마이크 배치, 연주 공간까지 다르면 청취 인상도 크게 달라진다. 같은 곡 비교가 유효하려면 악기 종류뿐 아니라 편성, 조율, 홀의 울림, 녹음 방식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바흐 연주에서 시대악기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이 음악을 더 가볍게 말할 것인가, 더 길게 노래할 것인가, 여러 성부를 얼마나 분리해 들려줄 것인가. 원전연주의 가치는 과거를 박제하는 데 있지 않고, 익숙한 바흐를 다른 귀로 다시 듣게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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