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도서정가제가 답해주지 않는 것…전자책 정액제에서 저자 몫은 어떻게 계산되나

도서정가제 논쟁은 대체로 책값 할인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가 커진 시장에서 저자 몫을 가르는 더 직접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독자가 책 한 권을 사지 않고 플랫폼을 구독할 때, 저자의 수익은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되느냐는 문제다. 확인된 자료를 종합하면 답은 단순하지 않다. 정가의 몇 퍼센트라는 익숙한 공식 대신, 읽힌 분량·완독 기준·구독 매출 풀·도서관 대출 횟수처럼 서비스마다 다른 지표가 저자 몫을 정한다.

이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냐는 질문과 전자책 정액제의 정산 구조를 같은 문제로 다루면 핵심이 흐려진다. 2023년 7월 20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그 결정이 직접 다룬 것은 판매자의 할인 범위였다. 반면 구독형 전자책의 정산은 할인 규제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실제 시장에서는 별도의 계약과 별도의 계산식이 함께 움직인다.


한 권 판매의 공식이 구독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종이책이나 일반 전자책을 낱권 판매할 때는 비교적 구조가 익숙하다. 정가가 있고, 서점 수수료와 유통 조건이 있으며, 그 위에서 출판사와 저자 사이의 인세율이 정해진다. 독자가 한 권을 결제하면 그 거래 단위가 곧 정산 단위가 된다.

하지만 정액제에서는 거래 단위가 책 한 권이 아니라 월 구독료가 된다. 이때 플랫폼은 우선 전체 구독 매출을 확보한 뒤, 어떤 책이 얼마나 읽혔는지에 따라 그 돈을 다시 나누거나, 특정 타이틀에 대해 별도 이용허락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다. 저자 입장에서는 독자 한 명의 결제가 곧바로 자기 책 한 권의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같은 구독료를 낸 독자라도 한 달 내내 한 권만 읽을 수 있고, 여러 권을 훑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비스에서도 이런 분리가 확인된다. 예스24는 전자책 공급 계약과 별도로 크레마클럽이 별도의 구독제 계약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구독이 일반 소장·대여 판매와 다른 권리 처리와 정산 구조를 갖는다는 뜻에 가깝다. 밀리의서재 역시 월정액으로 24만 권 규모의 전자책과 독서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어, 낱권 판매와는 다른 계산 체계가 전제된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정액제 정산은 대체로 네 가지 방식으로 갈린다


해외에서 공개된 공식 자료를 보면 전자책 구독 정산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이용량 비례형이다. 아마존 KDP의 Kindle+는 KDP Select Global Fund를 먼저 정한 뒤, 구독자가 실제로 읽거나 들은 분량을 KENP라는 표준화 페이지 단위로 계산해 저자 몫을 배분한다. 같은 책이라도 얼마만큼 읽혔는지가 핵심이고, 한 페이지를 처음 읽거나 들은 경우에 한해 보상이 붙는다.

둘째는 매출 풀 배분형이다. 라쿠텐 코보의 Kobo Plus는 구독 매출과 읽기 활동을 결합한 수익배분 모델을 공개해 왔다. 2017년 네덜란드·벨기에 서비스 설명에서는 월간 총구독매출을 읽기 활동의 총가치로 나눠 가격 계수를 만들고, 각 타이틀 가격과 읽힌 횟수를 곱한 뒤 다시 저자·출판사 몫을 나누는 예시를 제시했다. 최근 안내에서도 Kobo Plus는 여전히 수익배분 모델이며, 아마존과 달리 독점 참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셋째는 임계치 충족형이다. 배급사 Draft2Digital이 공개한 안내를 보면 Everand는 구독자가 전자책의 20퍼센트를 넘게 읽었을 때 저자 정산이 발생하는 구조를 안내하고 있다. 이 모델에서는 얼마나 길게 읽었는지보다, 일정 기준을 넘겼는지가 먼저 중요해진다. 짧게 맛보기만 하고 이탈한 이용은 저자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넷째는 도서관형 대출 모델이다. 전자책이 공공도서관이나 기관을 통해 유통되면 구독 서비스처럼 보이더라도 실제 정산은 전혀 다를 수 있다. OverDrive 자료에는 일대일 대출, 기간제 이용, 대출 건당 과금, 구독형 등 여러 라이선스 방식이 병존한다고 나온다. Draft2Digital도 도서관 유통에서 OCOU와 CPC를 구분해 안내한다. 같은 전자책이라도 서점 앱에서 읽힐 때와 도서관 앱에서 대출될 때 저자 몫의 계산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은 구독이 커졌지만, 계산식은 대체로 비공개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구독 서비스의 존재와 규모는 확인되지만, 개별 저자에게 돌아가는 상세 배분식은 공개 자료만으로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밀리의서재는 현재 24만 권 규모의 전자책 무제한 이용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2025년 말 누적 가입자는 856만 명으로 늘었다고 공시성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예스24는 크레마클럽을 2018년 시작해 10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회사 소개 자료에서 설명한다. 구독이 주변 실험이 아니라 출판 유통의 한 축이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품 유통 방식도 바뀌었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작별 인사』는 2020년 밀리의서재에서 먼저 공개된 뒤 2022년 수정본 종이책으로 다시 출간됐다. 백영옥의 『안녕, 나의 빨강머리 앤』 역시 2020년 밀리의서재 선공개 후 같은 해 종이책 출간 일정이 이어졌다. 최근 크레마클럽도 단독 선출간·독점 연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구독 플랫폼이 단순한 재고 유통창구가 아니라, 초판 공개와 독점 연재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저자 수익 구조가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되느냐다. 낱권 판매라면 판매부수와 정가, 인세율을 대체로 맞춰볼 수 있다. 반면 정액제에서는 전체 구독 매출 중 어느 몫이 책 분야에 배정되는지, 무료 체험 이용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B2B 묶음 상품 매출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 재독과 부분 열람은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과 출판사의 계약, 다시 출판사와 저자의 계약이 이중으로 맞물리는 구조라면, 저자가 받아드는 숫자만으로는 계산 과정을 거꾸로 복원하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가격 규제보다 정산 규칙의 가시성이다


도서정가제가 시장 전체의 할인 경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라면, 전자책 정액제는 창작자에게 구독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둘은 연결되지만 같은 제도가 아니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유지되더라도 정액제에서 저자 몫을 정하는 공식이 불투명하면 창작자는 자신의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반대로 정가 규제 논란과 별개로, 구독 시대에 맞는 표준 조항과 열람 가능한 정산 기준을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있다.

출판계에서 먼저 따져야 할 항목은 대체로 분명하다. 어떤 지표를 읽기로 인정하는지, 임계치를 넘지 못한 열람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산의 기준 기간은 월인지 분기인지, 무료 체험과 제휴 할인분은 누구 몫에서 차감하는지, 출판사와 저자에게 같은 원자료가 제공되는지 같은 문제다. 구독이 새 책보다 익숙한 독서 습관이 됐다면, 이제 논쟁의 초점도 정가 자체만이 아니라 구독료가 책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쪼개지는지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자료: 헌법재판소, 도서정가제 사건 최근 주요결정(2023-07-20); 문화체육관광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게시자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2022년 기준)(2024);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자책 시장 현황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2024);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전국도서관통계 소개(확인 2026-10-22); ㈜kt 밀리의서재, 상품 선택 페이지(확인 2026-10-22),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보도자료(2026-02-13); 예스24, 회사 FAQ 신규거래 안내(확인 2026-10-22), 회사 소개 자료(2026); Amazon KDP, Royalties in Kindle+(확인 2026-10-22); Kobo Writing Life, Kobo Plus Launched in Netherlands(2017), Rakuten Kobo launches Kobo Plus in Norway, Sweden, Finland and Denmark(2023); Draft2Digital, Ebook Royalty Rates(확인 2026-10-22); OverDrive Resource Center, Access Models Overview(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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