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보고서는 왜 늦게 나오나…하남 시민 질문으로 본 매장유산 조사·공개의 시간표
하남의 매장유산이 충분히 연구되지도 않았는데 개발이 먼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의 의문에 대해, 현행 제도만 놓고 보면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금 제도는 현장 발굴이 끝난 뒤 곧바로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는 구조가 아니라, 완료신고와 보존조치 검토, 유물 정리와 보존처리, 도면·사진·층위 검토를 거친 뒤 보고서를 내도록 짜여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발굴이 끝난 날부터 20일 이내 완료신고를, 2년 이내 발굴조사 보고서 제출을 원칙으로 두고 있고, 국가유산청장이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면 다시 2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적 시간차가 시민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에 펜스가 걷히거나 일부 공사가 재개되면 조사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실제로는 현장 발굴과 보고서 발간 사이에 긴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 그래서 시민이 체감하는 ‘조사 완료’와 행정상 ‘보고서 제출 완료’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생긴다.
현장 발굴이 끝나도 보고서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매장유산 조사는 보통 지표조사, 시굴·정밀 발굴, 완료신고, 보존조치 판단, 유물 정리와 보존처리, 보고서 작성과 제출 순으로 이어진다. 법과 고시는 현장 조사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행정 절차까지 함께 묶어 둔다. 특히 발굴조사 보고서는 현장에서 나온 유구와 유물을 정리해 학술적으로 판독한 결과물이라서, 단순한 공사 준공서류처럼 바로 작성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 고시는 발굴경과 정보공개도 별도로 규정한다. 조사기관은 발굴조사 착수 이후 현장 진행 상황을 국가유산 전자행정 시스템에 매월 1일과 15일 입력해 공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제도는 보고서가 늦는 대신, 중간 경과를 주기적으로 알리도록 설계돼 있다. 시민이 확인해야 할 첫 자료가 최종 보고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실제 체감은 다르다. 중간 경과 공개가 있어도 일반 시민이 해당 시스템을 쉽게 찾아보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현장별 공개 수준도 들쑥날쑥하다. 보고서가 늦는 이유 자체와 별개로, 조사 중간 정보를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체계는 아직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개발은 왜 일부 먼저 움직이나
시민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은 여기다. 보고서가 아직 없는데도 공사가 진행되는 장면이 왜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현행 제도에는 ‘발굴조사 부분 완료’가 있다. 건설공사 시행자는 발굴 진행 경과에 따라 일부 구간을 시급히 써야 할 필요가 있으면 부분 완료 보고를 신청할 수 있고, 국가유산청장은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이 제도 때문에 전체 부지의 최종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더라도, 조사와 검토가 끝난 구간부터는 공사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개발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연구도 안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시민이 봐야 할 것은 전체 보고서 유무 하나가 아니라 어느 구간이 어떤 근거로 부분 완료됐는지, 보존조치가 필요한 핵심 구역은 남아 있는지다.
물론 이 제도는 개발 편의만을 위한 장치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가치가 높은 매장유산이 확인돼 현지보존이나 이전보존이 결정되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발굴조사 완료 조치 없이는 공사를 추진할 수 없다는 점도 국가유산청이 별도로 밝히고 있다. 공사가 일부 먼저 갈 수 있는 구간과, 보존 판단이 끝나기 전에는 멈춰야 하는 구간이 제도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사례가 보여주는 두 가지 시간표
보고서가 늦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한 유적의 조사가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자료를 보면 왕흥사지 발굴조사는 2000년에 시작됐고, 2012년 발간된 「왕흥사지 Ⅳ」는 2002~2004년, 2007년, 2009~2010년 조사 성과를 묶어 정리한 보고서였다. 여러 차수의 조사 결과를 통합해 유적의 구조와 변화 과정을 재구성하는 방식이어서, 발굴 시점과 보고서 발간 시점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조사가 진행 중인 유적에서는 보고서도 한 번에 끝내지 않고 중간보고 형식으로 나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의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보고서 Ⅱ」는 2023년에 발간됐는데, 2017~2020년 조사 내용과 일부 2022년 조사 성과를 담은 중간보고라고 명시했다. 같은 연구소가 2025년에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1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연 사실까지 보면, 대형 유적의 경우 현장 조사와 정리, 보고, 재검토가 여러 해에 걸쳐 분절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하남의 경우에도 비슷한 구조를 읽을 수 있다. 하남시는 2022년 ‘하남시 발굴유적 자료집’을 내면서 관내 332지점의 발굴 유적을 시민에게 알리겠다고 밝혔고, 이성산성은 1986년 이후 15차례에 걸친 발굴이 이어져 왔다고 소개했다. 한 번의 발굴로 결론이 끝나는 현장보다, 장기간 누적 조사와 후속 정리가 필요한 현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늦는 것’과 ‘멈춰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보고서가 늦는다고 해서 언제나 개발이 우선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 세운4구역 사례에서 국가유산청은 2022년 5월 허가를 받아 시작한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종묘 관련 도로·배수 체계 등 중요 매장유산이 확인돼 임시 보호 조치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치가 높아 현지보존 또는 이전보존이 결정되면 위원회 심의와 완료 조치 없이는 공사를 추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시민 질문에 대한 중요한 반례다. 보고서가 늦더라도 법은 보존이 필요한 유적 앞에서 개발을 자동 통과시키지 않는다. 반대로 공사가 계속되는 현장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조사 무력화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며 부분 완료, 구간별 판단, 보존조치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시민이 던진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질문은 두 갈래로 나눠 봐야 한다. 제도상 허용되는 시간차인지, 아니면 핵심 유적의 보존 판단이 끝나기 전에 개발이 앞질러 가는지다. 전자는 현행 제도 안에 있는 일정 문제이고, 후자는 위법 또는 부당한 집행 문제에 가깝다.
진짜 병목은 유물 정리와 보고서 발간 역량일 수 있다
보고서 지연이 단지 현장 탓만은 아니라는 점은 국가유산청의 최근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국가유산청은 2025년 11월 공고한 2026년도 매장유산 미정리유물 보존 및 활용사업에서, 미정리 유물의 일제 정리와 등록, 미보고된 발굴유물에 대한 발굴보고서 발간을 사업 목적으로 내걸었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유물과 미보고 성과가 누적돼 있다는 점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시민이 현장에서 보는 ‘조사 지연’은 실제로는 발굴 종료 뒤의 정리 인력, 보존처리, 수장고 관리, 사진·도면 편집, 판독과 집필 역량의 부족에서 비롯될 수 있다. 개발 현장과 연구 현장을 분리해서 보는 대신, 발굴 이후의 백오피스가 충분한지까지 봐야 보고서 지연의 원인을 제대로 짚을 수 있다.
하남의 매장유산을 둘러싼 의문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물을 필요가 있다. 해당 부지에서 지표조사와 발굴허가, 부분 완료, 보존조치 검토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중간 경과 공개가 있었는지, 최종 보고서가 법정 기한 안에 제출될 수 있는지다. 보고서가 아직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개발을 위법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미정리 유물과 미보고 성과가 누적되는 구조가 확인된 이상 ‘늦어도 괜찮다’고 넘길 문제도 아니다. 시민 감시가 필요한 지점은 개발 그 자체보다, 조사 이후의 검수·정리·공개 일정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더 가깝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2026. 1. 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2024); 국가유산청, 2026년도 매장유산 미정리유물 보존 및 활용사업 민간위탁 선정 공모 공고(2025. 11. 6.);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국가유산 상식-매장유산 발굴조사와 보고서 발간 안내(확인일 2026. 10. 22.);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왕흥사지 연구성과 소개 및 왕흥사지 Ⅳ 관련 자료(2012);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 김해 봉황동 유적 발굴조사 보고서Ⅱ(2023) 및 발굴조사 10주년 기념 심포지엄 자료(2025); 하남시, 하남시 발굴유적 자료집 발간 보도자료(2022. 6. 17.); 하남시, 이성산성 관련 시정소식 자료(2020);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국가유산청 설명(2025. 12.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