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도유적 보존 논쟁, 무엇이 결정돼 왔나…발굴·심의·사적 지정의 경로
춘천 중도유적을 다시 연구하고 더 넓게 보존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다면, 현재 제도 안에서 확인되는 답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미 끝난 발굴을 되돌리는 방식의 ‘원형 복원’이 아니라, 발굴조사 보고서의 축적과 보존조치 심의, 사적 지정 신청, 관리계획 수립을 차례로 밟아 보호 범위와 활용 방식을 넓히는 경로다. 중도유적 논쟁은 보존과 개발이 한 번에 결판나는 문제가 아니라, 조사 결과가 행정 결정으로 번역되는 여러 단계의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봐야 이해된다.
실제로 중도에서는 같은 섬 안에서도 보호 방식이 한 가지로 정리되지 않았다. 이미 1976년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된 ‘춘천중도적석총’이 있고, 레고랜드 사업 과정에서 확인된 대규모 매장유산은 별도의 발굴·보존조치 심의를 거쳤다. 여기에 2023년에는 ‘춘천 중도동유적’ 전체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올리기 위한 사전심의가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회에서 가결됐지만, 2026년 7월 기준으로 국가유산청 보완 요구사항이 남아 있어 최종 지정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
중도유적은 한 번의 결정으로 처리된 대상이 아니었다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에 따르면 중도 남쪽 끝의 적석총은 1976년 지정된 별도 문화유산이다. 설명문에는 중도가 선사시대 집자리와 무덤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며, 1981년 발굴된 적석총에서는 토기 조각과 청동제 귀고리, 철기류가 출토됐다고 적혀 있다. 즉 중도는 레고랜드 논쟁 이전부터 이미 고고학적 중요성이 공적으로 확인된 공간이었다.
이와 별도로 중도 전역의 매장유산은 개발사업과 맞물려 다시 크게 조사됐다. 2023년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은 ‘춘천 중도동유적’을 신석기시대부터 철기·삼국시대에 이르는 복합유적으로 정리하고,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환호, 지석묘군, 원삼국시대 환호와 석곽묘 등이 확인됐다고 적고 있다. 같은 회의록은 이 유적의 문화재구역 신청 규모를 11만3640㎡로 제시하면서, 기존의 도 기념물인 춘천중도적석총 구역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 기록이 보여주는 핵심은 중도유적이 단일한 한 점 유물이 아니라, 시대가 다른 유구와 이미 지정된 문화유산, 개발사업 중 확인된 발굴 성과가 겹쳐 있는 복합 대상이라는 점이다. 보존 논쟁도 그래서 ‘보존할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어느 구역을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가의 문제로 전개됐다.
결정 경로의 중심에는 발굴조사와 보존조치 심의가 있었다
중도 논쟁의 첫 갈림길은 발굴 결과가 나왔을 때였다. 2014년 현장 설명회 보도를 보면, 조사기관들은 중도에서 고인돌 101기 등 1400여 기의 청동기시대 유구를 확인했고, 방형 환호가 중도에서 처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9월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임시회에서는 레고랜드 부지 유적 처리방안이 조건부 승인됐고, 당시에는 지석묘를 테마파크 확장부지 쪽으로 이전 보존하고 환호는 현재 위치에 표시하되 구체적 표현 방법은 자문을 받는 쪽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이 결정은 그대로 굳지 않았다. 2016년 3월 다시 열린 문화재위원회 논의에서는 청동기시대 대형 환호 유적을 보존하도록 방향이 바뀌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지석묘 48기의 이전 위치는 중도 남쪽에서 북쪽 방형 환호 인근으로 조정됐고, 환호 위에는 발굴된 수장급 주거지의 규모와 구조를 바탕으로 한 재현 계획이 논의됐다. 같은 사안이 추가 조사와 재심의를 거치며 수정된 것이다.
여기서 읽히는 것은 보존조치가 처음부터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산청장이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령은 이런 조치를 하기 위해 유적의 가치와 보존 여건 등을 평가하도록 정한다. 중도 사례는 이 법 조항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전과 표시 중심으로 처리되던 안이, 이후에는 현지 보존과 재현 동선까지 포함하는 안으로 바뀌었다.
지금 필요한 절차는 ‘다시 발굴’보다 사적 지정 보완과 관리계획 정리다
중도를 더 연구하고 보존하는 현재의 실질적 경로는 추가적인 법적 보호를 확보하는 일에 가깝다.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회는 2023년 12월 ‘춘천 중도동유적’의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사전심의를 가결했다. 회의록에는 2022년 12월과 2023년 5월 두 차례 관계전문가 현지조사가 있었다는 점도 적혀 있다.
다만 사전심의 가결이 곧 최종 지정은 아니다. 2026년 7월 춘천시의회 민원 회신에 따르면 춘천시는 2023년 12월 사적 지정 신청자료를 제출했지만, 2024년 1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다섯 가지 보완을 요구받았다. 보완 항목은 토지소유자 이견 해소방안, 지정 가치, 관리단체 변경, 현상변경 허용기준 재검토, 관리계획이다. 회신은 또 춘천시가 2024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여러 차례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했고, 보완자료 작성을 위한 국고보조사업도 신청했다고 설명한다.
이 다섯 항목은 중도유적 보존 논쟁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문제는 단지 학술 가치가 충분하냐에 그치지 않는다. 누가 관리할 것인지, 사유지와 사업부지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보존구역에서 허용되는 행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까지 함께 정리돼야 한다. 시민이 말하는 ‘복원’이 제도적으로 실현되려면, 실제로는 이 관리 문서들이 먼저 완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비교 사례가 보여주는 것: 지정은 조사 뒤에도 오래 걸린다
춘천 안에서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사례가 있다.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에 따르면 ‘춘천 신매리 유적’은 1981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사 이후 한림대학교박물관과 강원문화재연구소의 지표·발굴조사가 이어졌고, 연혁상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발굴조사를 거쳐 2007년 사적 제489호로 지정됐다. 이후에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토지 매입과 추가 발굴조사가 진행됐고,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종합정비계획 수립이 이어지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
이 비교는 중도에 곧바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절차의 구조는 설명해 준다. 대규모 복합유적의 보존은 발굴이 끝났다고 바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지정, 토지 매입, 관리단체 확정, 정비계획 수립이 뒤따른다. 중도도 같은 수준의 제도적 정리를 통과해야 연구와 공개, 현장 보존의 범위를 안정적으로 넓힐 수 있다.
‘복원하고 연구할 방법’은 무엇으로 남아 있나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말하면, 중도유적을 위해 남아 있는 방법은 세 갈래다. 첫째, 이미 축적된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 보고서와 지정 신청 자료를 정교하게 보완하는 일이다. 2020년에는 ‘춘천 중도 LEGOLAND KOREA Project A~H구역·순환구역 내 유적 발굴조사 통합보고서’가 간행돼 조사 성과를 묶었다.
둘째, 사적 지정 절차를 진전시켜 보존 범위와 관리 주체를 확정하는 일이다. 지금처럼 보완 요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유적의 가치가 공적으로 인정돼도 실제 행정 보호는 지연될 수 있다. 셋째, 지정 이후 또는 지정과 병행해 현지보존, 이전보존, 기록보존 가운데 어떤 조합이 가능한지 다시 세분화하는 일이다. 중도에서 2014년과 2016년 결정이 달랐던 것처럼, 보존 방식은 한 번의 판단으로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따라서 ‘중도유적을 복원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료와 심의 절차를 어디까지 밀고 나가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다만 그 방법은 막연한 복원 구호가 아니라 발굴 성과의 공적 정리, 사적 지정 보완, 토지와 관리계획 조정, 그리고 보존조치 재검토라는 행정적 경로를 통해서만 현실화된다. 중도유적 논쟁을 자료로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 결정의 사슬이 어느 단계에서 멈춰 있고, 무엇이 다음 문서가 되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자료: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춘천중도적석총;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회, 2023년 제3차 회의록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신청 사전심의(2023.12.07.); 춘천시의회, 의회에바란다 민원 회신 ‘춘천 중도동 유적 국가사적 지정 장기 지연에 대한 행정감사, 긴급 현안질의 및 해결 촉구 요청'(2026.07.10.);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 춘천 신매리 유적; 춘천 중도동유적 연합발굴조사단, 춘천 중도 LEGOLAND KOREA Project A~H구역·순환구역 내 유적 발굴조사 통합보고서(2020); 국가법령정보센터,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