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율 하락을 설명하는 숫자들…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조사 기준은 왜 다르게 읽혀야 하나
대한민국의 독서가 줄고 있다는 진단은 최신 공식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그 숫자를 읽는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집계됐고, 2023년 조사에서는 43.0%였다. 두 수치만 보면 하락세는 분명하지만, 이 지표가 처음부터 같은 대상을 같은 방식으로 재온 것은 아니다.
문체부가 쓰는 ‘종합독서율’은 지난 1년 동안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다. 그런데 이 ‘종합’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는 시기마다 달랐다. 문체부 설명에 따르면 2013년 이전에는 종이책 독서율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2019년 이후에는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함께 묶어 집계했다. 같은 ‘독서율 하락’이라는 말이라도, 장기 추세를 볼 때는 종이책 중심 지표와 디지털 매체를 포함한 지표가 한 줄로 이어져 있다는 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도서의 범주도 바뀌었다. 2025년 조사에서 문체부는 독서를 웹소설을 포함한 일반도서 읽기와 오디오북 듣기로 정의했다. 반면 2013년 조사 설명에는 일반도서 1권 이상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라는 정의가 제시돼 있고, 당시 기준에는 오디오북이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오늘의 독서율은 종이책만의 습관이 아니라 디지털 독서와 청취까지 합친 생활 지표에 가깝다.
같은 하락세라도 무엇이 줄었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이 차이는 최근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였고, 매체별로는 종이책 32.3%, 전자책 19.4%, 오디오북 3.7%였다. 종합독서율은 이 세 매체 가운데 하나라도 경험한 사람을 합쳐 계산한 값이기 때문에, 종이책 독서율과 단순히 같은 뜻이 아니다. 종이책 비중이 빠르게 줄어도 전자책 이용이 일부 보완하면 종합 수치는 더 완만하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종합독서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독서 활동이 같은 폭으로 줄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2025년 조사도 여전히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합산한 지표를 쓰고 있다. 즉 최근의 하락세는 ‘독서’라는 행위 전체의 약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체 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종이책 감소와 디지털 독서 증가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표본과 조사 방식도 함께 봐야 한다. 2013년 조사는 성인 2000명과 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했고 성인은 만 18세 이상이었다. 2025년 조사는 성인 5000명과 학생 24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성인은 만 19세 이상, 성인은 가구 방문 면접조사로 진행됐다. 장기 추세를 읽을 때 기준 연령, 표본 규모, 면접 방식까지 완전히 같다고 전제하면 숫자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게 된다.
도서관 통계는 또 다른 숫자다
독서율과 도서관 통계도 같은 지표가 아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2024년에 공개한 20대 공공도서관 대출 동향을 보면, 20대의 공공도서관 종이책 대출은 2021년 444만6184건, 2022년 445만3178건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됐다. 같은 자료는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를 인용해 20대의 전자책·오디오북 독서율이 2019년에 비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두 수치를 함께 놓고 보면 공공도서관의 종이책 대출 건수가 곧바로 전국 독서율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선명해진다. 독서율은 일정 기간 동안 책을 한 번이라도 읽었는지를 묻는 인구 비율이고, 도서관 대출은 특정 이용자가 몇 번 빌렸는지를 누적한 이용 실적이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나 서점 구매는 공공도서관 대출 통계에 잡히지 않고, 반대로 소수의 활발한 이용자가 대출 건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북적이는데 왜 독서율은 낮나’라는 질문도 성립할 수 있다. 한쪽은 이용 횟수이고 다른 한쪽은 인구 비율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도서관 대출은 종이책 중심 이용 흐름을 더 잘 포착하는 반면, 국민독서실태조사는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함께 포괄한다는 점에서 시야가 다르다.
출판산업 통계는 독자보다 사업체를 본다
출판산업 통계까지 들어오면 숫자의 의미는 한 번 더 달라진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소개한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출판사 전체 매출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었고,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한 비율은 33.6%였다. 전자책 독서율이 오르고 있다는 독서 조사 결과와, 출판 매출에서 전자책 비중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산업 조사 결과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율 조사는 시민의 이용 경험을 묻고, 출판산업 실태조사는 사업체의 매출과 제작 구조를 본다.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더 자주 접하더라도, 출판사가 실제로 디지털 전환에 투입한 종수와 매출 비중은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독서의 디지털화와 출판 공급의 디지털화는 같은 현상이 아니다.
결국 ‘독서가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숫자가 주는 답은 하나가 아니다. 최신 문체부 조사는 성인 독서율의 하락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종이책 감소, 전자책·오디오북의 포함, 조사 정의의 확대, 표본과 조사 방식의 변화가 함께 들어 있다. 도서관 대출 통계는 이용 행태를, 출판산업 통계는 공급과 매출 구조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숫자를 같은 잣대로 읽을 때 독서 위기는 더 단순해 보이고, 각 숫자가 무엇을 세고 무엇을 세지 않는지 구분할 때 비로소 실제 변화의 결이 드러난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2026.03.06);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및 보도자료 ‘’23년 연간 종합독서율 학생 95.8%, 성인 43.0%’(2024.04.18); 문화체육관광부, 201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 및 보고서(2014); 국립중앙도서관, ‘헤어질 결심’, 20대가 가장 많이 대출한 희곡(2023.11.3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출판산업 실태조사(2022년 기준) 관련 공개 자료(2024)
